사회간접자본(SOC) 축소 등이 골자인 박근혜정부의 '공약가계부'로 촉발된 당'정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내부에서 '지방공약을 모두 포기할 셈인가'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으며, 당은 27일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당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에선 새로운 당'청 관계 재정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경산청도)의 지도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당 핵심 당직자는 28일 "이번 정부가 마련한 공약가계부는 '지방공약은 이 정부에 없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는 필패"라면서 "이 같은 당의 우려를 27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박 대통령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통령께서 이런 여론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27일 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공약가계부 내용을 보고받고 "공약가계부는 지방의 신규 SOC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공약가계부가 기초연금 등 복지예산 중심으로 작성된 탓에 SOC 확충 등 105개 지방공약 예산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청이 '공약가계부'라는 암초를 만나 마찰을 겪는 양상이 연출되면서 "민심과 동떨어지면 과감하게 정부와 청와대에 생산적 쓴소리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최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주목받게 됐다. 새 정부 정책의 입법화를 책임진 최 원내대표가 당'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향후 당'청 관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원내대표도 정부의 지방 SOC 투자 삭감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는 29일 오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마련한 공약가계부는 지방공약이 완전히 빠진 수준이다. 국민들이 중앙공약만 이행했다고 대통령께서 공약을 다 지켰다고 생각하겠는가"라면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던 지적들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정부도 재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공약가계부를 두고 당'정이 이견을 보인 데 대해 "사전에 협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최 원내대표는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정부'청와대와의 협의가 미진했다"면서 "앞으로는 당'정 협의 차원이 아니라 '항시 당정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곧 구성될 6개 정조위 체제가 가동되면 정책,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정부와 함께 움직이면서 민심과 동떨어지는 정책에는 사전에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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