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여자 역마차 강도, 펄 하트

1899년 오늘, 2인조 권총 강도가 미국 애리조나의 황야를 질주하던 역마차를 멈춰 세웠다. 조 부트 라는 남자가 총을 겨누는 사이 펄 하트가 승객들로부터 430달러를 빼앗았다. 미국 서부가 안정돼가던 무렵, 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역마차 강도 사건이었다. 더구나 펄 하트는 여자였다. 그녀는 긴 머리를 짧게 자른 후 기괴한 빅토리아식 의상을 카우보이 복장으로 바꿔 입고 나타났다.

본명이 펄 테일러인 그녀는 1871년경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태어났다. 부유하고 신앙심이 깊은 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으나 16살에 기숙학교에 입학한 후 '하트'라는 성의 남자와 만나면서 인생이 꼬였다. 둘은 결혼해 두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남편의 폭력적 성향이 드러나자 그녀는 남편 곁을 떠났다. 미국 서부 일대에서 서커스단을 따라다니며 피아노 주자로, 가수로, 요리사로 지내면서 때로는 몸을 팔았다.

그녀는 고향의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전갈을 받고 여비를 마련하려고 강도 행각에 나섰다. 곧 체포된 그녀는 여자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인기를 얻었고 매스컴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그녀의 사연이 배심원들로부터 동정을 사기도 했다.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마친 후 담배 가게를 하며 생계를 꾸렸으며 1928년 이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중문화의 좋은 소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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