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헌틀리 그레이슨(69'사진) 영국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 명예교수가 우리나라 전통 상례 관련 유물 중 하나인 혼백과 신주를 옮기는 작은 가마인 '요여'(腰輿)를 연구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사단법인 나라얼연구소(이사장 조원경, 소장 황영례) 초청으로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레이슨 교수는 "제자인 조원경 하양감리교회 목사로부터 중요민속문화재 제266호인 경산상엿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무학산에 복원된 상엿집과 관련 자료들을 봤는데, 눈길을 끈 특이한 유물이 바로 요여였다"고 말했다.
요여는 고인의 영혼과 관련된 혼귀(魂鬼), 신주, 명기, 복완(服玩) 등의 물건들을 실은 작은 가마다. 발인 행렬 때 상여보다 앞서 나간다. 시신은 산에 묻히지만, 그 혼은 요여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빈소에 머문다는 것.
그레이슨 교수는 "경산상엿집에 보관 중인 17개 요여 중 기독교와 불교를 상징하는 십자가와 연꽃 문양이 있는 요여가 특히 눈길을 끈다"며 "요여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 및 나무와 쇠 소재 등 미적 표현의 특징, 요여의 변천 과정은 요여가 한국의 유교식 장례 문화 및 내세관 등과 어떤 관계 및 의미가 있는지 등을 앞으로 1개월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산업화를 겪으며 많은 유물을 잃었다. 옛날 사찰이나 궁궐은 잘 보존되고 있지만, 서민과 관련된 유물, 특히 장례 유물은 사라진 것이 많다"며 "상엿집과 요여는 특히 잘 보존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앞으로 경산상엿집과 그 옆에 들어설 전시관이 유물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과 명상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슨 교수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친 1965년 한국에 와 1개월간 봉사활동을 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경북대에서 4년간 인류학, 계명대에서 4년간 신학을 가르쳤고, 이때 김정현(金正玄)이라는 한국 이름도 얻었다. 그는 한국인 아들 둘을 입양해 키우기도 했다. 한국생활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가서는 22년간 셰필드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쳤다. 2009년 정년퇴임 했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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