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불황으로 유통업계의 '불황 공식'이 바뀌고 있다. 미니스커트, 하이힐, 매운맛, 도수 높은 술 등 불황 때 많이 팔리는 상품들이 올 들어서는 핫팬츠, 플랫슈즈, 단맛, 저도주로 옮겨가고 있다.
◆화려하지만 실용적인 패션으로
미니스커트, 하이힐, 빨간 립스틱 등은 여성패션의 대표적인 불황지표 상품으로 꼽혔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무거운 사회 분위기를 화려한 패션으로 메우려는 소비심리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올 들어서는 핫팬츠, 플랫슈즈 등 실용성이 강조된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5월 날씨에 가벼운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핫팬츠를 찾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치마 길이와 경기변동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인 '헴라인지수'(Hemline Index)가 존재할 정도로 미니스커트는 경기와 연관이 깊었지만, 최근에는 바지의 길이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바지 길이가 20㎝가 되지 않는 마이크로팬츠도 인기다.
하이힐도 플랫슈즈로 대체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힐의 경우 매출이 소폭 감소한 반면 플랫슈즈는 5월 접어들면서 지난달과 비교해 20% 가까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2009∼2012년 플랫슈즈와 굽 높이가 8㎝ 이상인 하이힐의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플랫슈즈의 증가율이 하이힐을 훨씬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슈즈는 2010년 18%, 2011년 27%, 2012년 21% 등으로 매년 20% 안팎의 신장세를 보였다. 반면 하이힐은 불황 때 10% 안팎의 판매 신장세를 보였지만 2011년 3%, 2012년 2%로 신장세가 뚝 떨어졌다.
◆달거나 순한 상품이 인기
장기불황이 소비자들의 입맛도 변화시키고 있다. 통상 불황기에 많이 팔리는 매운 음식과 독한 술이 최근 들어서는 달콤하거나 순한 맛을 가진 식음료가 잘 팔리고 있다.
대구지역 이마트의 5월 매출을 보면 불황기 인기품목으로 꼽히던 매운 음식과 독한 술의 매출이 대부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운 열풍'을 일으켰던 신라면, 틈새 라면과 같이 극한의 매운맛을 특징으로 한 상품의 매출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90%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양고추와 고춧가루의 매출도 각각 21%와 35%가 감소해 라면류만의 트렌드 변화가 아니라 매운맛을 지향하는 소비 자체가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고춧가루 매출도 올 4월에 전년 동월대비 40%가량 줄었다. 매운 고추, 고추장도 30% 이상 매출이 하락했다. 반면 단맛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리고당, 메이플시럽, 꿀 등 설탕 대체 감미료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3.2% 증가했다.
도수 높은 술의 매출도 줄고 있다. 참이슬 클래식(20도)은 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0% 줄어들었지만 18도 정도의 도수를 가진 참소주나, 참이슬의 매출은 22%가량 늘어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통적인 불황지표 상품도 불황이 장기화되고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크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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