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존 고농도 지역 공통점, 산에 둘러싸인 고층 아파트村

대구지역에서 높은 오존 농도가 가장 오래 유지된 수성구 지산동, 최근 몇 해 동안 오존 농도가 급상승한 동구 율하동과 북구 태전동. 이들 지역의 오존 농도가 높은 이유가 주목을 끌고 있다. 지산동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데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율하동과 태전동 역시 고층건물이 많아지면서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오존 농도가 높다는 것이다.

◆'분지 속 분지' 수성구 지산동

2005~2012년 오존 농도가 상승하는 4~6월 대구지역에서 높은 오존 농도가 가장 오래 유지된 곳은 수성구 지산동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산동은 4~6월 대구지역의 오존농도 평균(0.030~0.039ppm)을 상회하는 수치인 0.040 이상을 보인 날이 해마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2005년은 91일의 71.4%인 65일이었고, 그 이후 매년 40~50일이 0.040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대구지역 측정소(10곳)의 '0.040 이상 평균 일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산동의 오존 농도가 높은 이유로 지형과 아파트 단지가 지목되고 있다. 지산동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산 1'2동, 범물 2동을 가로지르는 지범로를 따라 양옆으로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지산동은 산이 주위를 둘러싼 지형과 1990년대부터 들어선 아파트 단지로 인해 공기가 건물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협곡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율하동'태전동 급상승

동구 율하동과 북구 태전동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최근 몇 해 동안 오존 농도가 급상승했다.

율하동의 택지개발사업으로 최근 5년 동안 금호강변에 전에 없던 40여m 높이의 건물이 들어섰다.

율하동의 오존 농도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 4~6월 0.040을 넘은 날은 2005~2008년 7'10'10'12일로 전체 91일 중 10% 내외였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보다 2.1일에서 17.4일까지 적은 수치다.

하지만 2010~2012년 0.040을 넘은 날이 25'49'46일로 급증했고, 이는 전체 측정소 평균에 육박하거나 8.4일까지 많은 수치다.

대구지역 봄철 높은 기온을 식히는 바람은 동해에서 불어오는 동풍인데, 아파트 단지는 동서로 뻗어 있는 금호강 줄기를 타고 오는 이 동풍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율하동은 동대구 나들목과 경부고속도로가 인근에 있어 오존 생성물질인 자동차 배기가스의 배출량도 많은 곳이다.

사정은 매천지구택지개발사업을 벌인 북구 태전동도 마찬가지다. 이곳엔 2007, 2008년부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그 후로 오존 농도도 증가했다. 태전동은 2005년과 2006년 0.040 이상을 보인 날이 14일과 4일이었지만 2007년에 26일로 늘어난 뒤 2008'2009년 각각 38일, 2010'2011'2012년 40'62'43일로 증가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아파트 같은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공기 소통을 막는 것은 물론 햇빛이 건물 벽에 반사돼 태양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측면이 있다"며 "산에서 찬 공기가 계곡 등 바람길을 따라 내려와 기온을 떨어뜨리고 공기를 순환시켜야 하는데 고층건물들이 산자락에 들어서면서 이를 차단해버리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우현 북구청 환경관리과장은 "오존 발생에는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에 꼭 높은 건물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구청 차원에서 오존농도가 짙어지는 이유를 밝히기 힘들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역의 환경청 등이 나서서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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