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자라서 더 불안해요" 허술한 방범 안전망

꼬리무는 여성 상대 범죄 CCTV 저화질·야간 먹통

여성을 상대로 한 피살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29일 대중교통이 끊긴 자정 무렵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삼덕지구대 경찰들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의경으로 구성된 방범순찰대 순찰시간을 기존 0시 30분에서 오전 5시까지 늘리기로 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여성을 상대로 한 피살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29일 대중교통이 끊긴 자정 무렵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삼덕지구대 경찰들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의경으로 구성된 방범순찰대 순찰시간을 기존 0시 30분에서 오전 5시까지 늘리기로 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이달에만 3건의 여성상대 범죄가 일어나 2명이 숨졌다.

이달 27일 오후 9시 30분쯤 구미시 임수동에서 복면을 한 괴한이 5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며 납치한 뒤 훔친 신용카드에서 수백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올 2월에도 구미 인의동에서 새벽에 주차하고 귀가하던 여성을 강제로 납치해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일어났다. 앞서 이달 18일 의성에서는 수도검침을 하던 50대 여성이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술에 취한 여성들을 노린 범죄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달 26일 경주시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대생 A씨 역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와 택시를 탄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7월 대구 중부경찰서는 술에 취한 B(26'여) 씨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C(18) 군을 검거했다. 대구 북부경찰서도 지난해 7월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클럽에서 만난 D(23'여) 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명품 가방과 지갑, 현금 등 32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남성 2명을 강간 및 절도 혐의로 붙잡았다.

여성 대상 범죄가 빈발하지만 여성들을 보호할 안전망은 허술하다. 방범용 CCTV도 대부분 사람 얼굴이나 차량 번호를 식별하기 어려운 41만 화소의 저화질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실정.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중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모두 192대로 이 가운데 102대가 41만 화소다. 불법주정차 단속을 위해 중구에 설치된 12대의 단속 카메라도 모두 41만 화소의 저화질 카메라다. 또 이들 카메라는 삼덕소방서 앞을 비추는 1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오후 10시가 되면 작동을 멈춰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심야 시간대에는 쓸모가 없다. 결국 인근 상점에서 도난 방지를 위해 설치한 CCTV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CCTV를 설치한 상점도 많지 않고 상점 앞 장면만 CCTV에 담기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강모(39'여) 씨는 "밤이 되면 난동을 부리는 취객들로 붐비는 곳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보호장치인 방범용 CCTV를 한 대도 설치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24시간 중구 일대를 도는 순찰대와 별도로 로데오거리와 동성로, 삼덕소방서 등 술집이 모여 있는 주변으로 오후 9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돌던 의경 순찰대의 활동 시간을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영남대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는 것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약자로 보는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가정'학교'직장 등 기본적인 조직에서부터 모든 사람을 동등한 존재로 대우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대구경북 여성 상대 범죄

▷18일 의성=수도검침 5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26일 경주=대구 여대생 숨진 채 발견

▷27일 구미=50대 여성 납치'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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