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천여 명 이상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주말이면 2만5천 명에서 3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예전에는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산막이 옛길'과 연계한 등잔봉과 천장봉 산행이 대세를 이룬다.
전국 각지의 산악회에서 구름처럼 산객들이 몰려든다. 사시사철 인기 있는 곳이지만 신록이 왕성한 지금과 가을이 적기일 수 있다.
산막이 주차장은 벌써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인근 주민들은 전국의 관광버스가 다 이곳으로 몰리는 줄 안다. 산막이 마을까지 다녀오는 길은 세 가지. 산비탈의 오솔길과 등잔봉'천장봉을 묶어 등산하는 길, 그리고 호수 유람선을 타는 수상루트다.
주차장에서 괴산의 특산물들을 파는 가게를 지나 고개를 넘는다. 내림길 우측은 과수원이고, 내림길 끄트머리 좌측에 화장실과 차돌바위선착장이 보인다. 과수원 입구와 안쪽에는 익살스럽고 귀여운 돌 조각이 놓여 웃음을 자아낸다. 좌측으로 돌면 하늘을 향한 남근석 앞에 아담한 산소가 있고 그 앞에 사랑나무로 불리는 연리목이 보인다.
비학봉 마을 산책로인 소나무 동산을 지나면 전망 데크와 나무벤치 쉼터다. 곧이어 만나는 게 '소나무 출렁다리'다. 이 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이목을 자아내는 산막이 옛길 최고의 명물이지만 노약자가 걷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갈림길에서 트레킹 팀과 산행 팀으로 나뉜다. 우측 산길이 등잔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가팔라 10여 분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해발이 낮다고 얕볼 산은 절대 아니다. 좌측이 험로, 우측이 순한 등산로라 적힌 갈림길에서 험로로 오르면 가파른 산 사면과 밧줄 지대를 통과하기도 한다. 그리 위험하지 않아 우거진 숲이 선사하는 온갖 풀냄새와 솔향기를 마음껏 들이켤 수 있다.
오름길 내내 경치가 절경이다. 비가 온 뒤라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조금 전 나뉘었던 쉬운 등산로와 다시 만나 좌측으로 50m 정도 진행하니 등잔봉이다. 트레킹 갈림길에서 40분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옛날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간 아들을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동안 기도를 올려 효험을 봤다고 해서 등잔봉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지금도 그 효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지만 실상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경치가 빼어나서일 것이다.
오전까지 내린 비 탓인지, 줄 지어선 소나무들이 마치 목욕재계를 마친 여인들 같다. 안개 자욱한 칼날 같은 주능선을 오르내리니 신비한 미지의 세계에 든 듯하다. 흐린 날이라 한반도 지형과 흡사한 전경을 볼 수 있다는 한반도 전망대는 인증 샷만 남기고 지나친다.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압권이다. 좌측은 거의 절벽에 가깝지만 능선 좌우로 소나무들이 풍성하게 송림터널을 이룬다. 진달래 능선과 괴산호 전망대로 내려가는 코스를 지나야 산불이 일어난 천장봉이다. 별 특징이 없어서인지 그냥 지나치기 쉬운 봉우리다. 천장봉에서 비스듬히 우측으로 한참을 내려서면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등산로 표기와 이정표는 없지만 직진하는 주능선 오름길이 삼성봉 가는 길이다. 왕복하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신령 참나무'와 '고난과 시련의 소나무'에는 친절하게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자연의 경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산막이 마을에 내려서니 정감 어린 시골의 풍경은 사라지고 없고 주막과 펜션이 성업 중이다. 등산로와 트레킹 코스, 호수로 밀려드는 모든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다소 벅차 보인다.
산막이 옛길은 트레킹 왕복이나 등산 후 하산로로 이용된다. 곳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매우 뛰어나지만, 운치와 정취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나마 돌 판에다 시를 적고 전망대를 곳곳에 만들어 자연과 어우러진 테마길로 조성했다. 예전의 향수를 자극하려 작은 계곡물에 물레방아를 만들고 떡메를 치기도 한다.
주차장에서 등산과 트레킹을 시작해 등잔봉과 천장봉을 돌아 산막이 옛길로 하산하는데 약 9.6㎞의 거리다(산행거리 5.4㎞'산막이 옛길 4.2㎞). 등산 시간과 트레킹, 점심시간을 합치면 4시간 전후의 시간이 걸린다.
산막이 옛길과 등잔봉 산행은 맑은 날보다, 비가 내리거나 내린 후가 훨씬 더 운치가 있다. 푸른 산과 호수가 조화된 탁 트인 조망이라고 해서 드러나 보이는 경치 모두가 선경이라는 법은 없다. 적당히 가려주고 숨겨주는 운해와 물안개가 오히려 몽환 속의 신선도를 만들어 산막이 옛길과 등산로를 돋보이게 한다.
등산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은 400~500m 높이의 산이다. 산행 중 최고봉은 삼성봉이 550m이지만 조망이 없고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좀 더 짧은 코스를 원할 경우 한반도 전망대에서 진달래 능선을 따라 바로 호숫가로 내려설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종합선물 같은 곳으로 온 가족이 다 함께 다녀 와도 좋을 만큼 빼어난 곳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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