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노라마-백정 아버지와 서양 의사 아들' 편이 KBS 1TV를 통해 31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100여 년 전에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최하층민 중에서도 가장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백정이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 속에 좌절했던 백정 아버지는 신분철폐 운동에 앞장섰다. 1897년 만민공동회의 개장 연설을 하며 근대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1894년 청일전쟁 직후 전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백정 아버지는 외국인 선교 의사의 극진한 치료를 받고 회복한다. 백정 박가를 치료해준 이는 당시 고종의 주치의이자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의 원장 에비슨이었다. 백정 박가는 임금을 치료하는 손으로 백정의 몸을 만지는 에비슨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고, 백정 최초로 세례를 받아 '박성춘'(朴成春)이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아들 봉출이 역시 '상서로운 태양이 되라'는 의미의 '박서양'(朴瑞陽)이라는 이름이 생긴다. 백정 박가 부자가 이름 석 자를 가진다는 것은 인간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백정 아버지는 교육의 기회는커녕 양인들과 어울릴 수도 없었던 아들 봉출이를 외국인 선교사(사무엘 무어)가 세운 예수교 학당에 보내 못 배운 한을 깨도록 했다. 이후 제중원 의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의사가 된 봉출(박서양)은 나라를 빼앗기자 편안한 삶을 버리고 간도로 건너가 당시 북간도 최대의 독립운동 조직인 대한국민회의 유일한 군의관으로 활약했다.
근대를 향한 열망이 가득했던 구한말, 진정한 평등 세상을 꿈꾸던 백정 아버지의 아름다운 유산과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아들의 울림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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