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영남권 5개 시'도가 3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에서 제2차 교통국장단 회의를 열고 '남부권 신공항 수요조사 사전 합의'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구경북 및 부산'경남'울산 5개 지자체는 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수요조사를 요구했고, 국토부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는 '수요 조사와 입지 타당성 조사를 병행하지 않으면 사전 합의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사전 합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수요 조사라야
이날 회의에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5개 시'도는 '신공항 수요조사 방식 전환'과 지역 전문가 참여를 요구했다. 우선 전환'환승'유발'정책 수요 등 신공항 건설로 늘어날 잠재 수요까지 조사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승객만 계산해 향후 전망치를 예측하는 기존 수요 조사에서 벗어나 미래 잠재 이용 예상 승객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국토부는 신공항 입지와 규모'기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수요 산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전향적 검토를 약속했다.
5개 시'도는 또 각 지방자치단체의 이의나 의견을 수정'보완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전문가 그룹을 자문위원이나 검증단에 참여시키고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국토부도 각 지역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의지로 지자체 전문가 그룹의 자문위원 참여 및 기능'역할 강화에 동의했다.
5개 시'도와 국토부는 수요조사 용역 주최 선정 문제에 있어서도 국내'외 업체를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모았다. 지난번 수요조사가 국토연구원 단독 용역으로 진행된 사례가 지적돼 이번 수요조사는 국내 용역기관이 주도하고 일부 조사는 외국 기관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국내 특정 기관이 독점 조사할 경우 국가균형발전 의지 대신 수도권 논리가 포함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5개 시도 합의문'이란 단어가 부정적 이미지를 불러오고 있다고 보고 용어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합의문이라고 명시해 마치 정부가 고압적으로 합의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의미 전달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서 용어 변경은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권오춘 대구시 교통국장은 이날 "오늘 회의에서 대구시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며 "특히 잠재수요를 포함시키는 방안과 지자체의 참여 부분은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부산-입지 조사 동시 병행
정부가 수요조사 용역방법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날 회의의 핵심인 '5개 시도 합의문 작성'은 아직까지 힘들어 보인다. 부산시가 수요조사와 입지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부산시 김영식 교통국장은 "신공항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공약 전에 이미 그 필요성이 검증된 것 아니냐"며 "이제는 건설을 전제로 해서 어떤 공항을 건설할지에 대한 수요조사가 돼야 한다. 입지조사, 수요조사 같이해야 논쟁 줄이고 공기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병행조사 결정 이전엔 합의서에 사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정부-입지 조사 불가
이 부분에 있어선 정부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입지 조사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돼 있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수요조사 예산 10억원도 추경을 통해 가까스로 마련한 상태에서 입지조사를 위한 예산 반영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
또 입지 조사를 병행하면 지난 정부 당시 부산 가덕도-경남 밀양을 둘러싼 5개 시'도간 입지 갈등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산시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며 무조건적인 입지 조사 동시 병행을 주장하는데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수요조사를 먼저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용역 방법 등 각론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뤘으나 합의문 작성을 위한 총론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개 시'도 국장단 회의를 앞으로는 부단체장이 참여하는 회의로 격상할 예정이다.
국장급보다 결정권한이 더 큰 부단체장들이 참여할 경우 극적인 합의도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음 달 11일 예정의 회의에서는 합의서에 담길 내용의 성격과 향후 일정 논의 등이 주요 안건으로 잡혀 있다.
또 부산시가 주장하는 입지 조사 동시 병행을 재논의할 예정으로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신공항 건설 추진이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부산이 가덕도와 함께 밀양까지 입지 조사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지 조사 불가라는 국토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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