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생애<독일 슈트라우스 작>' 45분의 황홀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곽승

유대현

일생 세간의 호평과 혹평 사이를 줄타기하듯 살았던 독일 후기 낭만파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 그는 이 같은 운명에 반기를 들듯 34세에 자전적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완성했다. 겉으로는 한 영웅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영웅은 슈트라우스 자신이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던 이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음악인생을 망라해 보였다. 웅장한 선율로 좌중을 압도하며 관현악의 극치를 보여준 이 대작이 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향 제397회 정기연주회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통해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날 공연은 대구시향 곽승 상임지휘자 지휘로 총 103명의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함께 무대를 채운다. 널리 알려진 명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대 편성이 필요한데다, 약 45분에 달하는 긴 연주시간, 같은 파트 내에서도 여러 갈래로 음악이 나눠지는 복잡한 진행 등으로 연주가 쉽지 않아 대구에서는 초연되는 곡이다.

'영웅의 생애'는 단일 악장 형식인데도 그 안에 '영웅' '영웅의 적' '영웅의 반려' '영웅의 전장' '영웅의 업적' '영웅의 은퇴와 완성'이라고 이름 붙여진 총 여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영웅의 적'은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폄하하던 비평가와 음악 동료들을 상징하며, '영웅의 반려'는 슈트라우스의 아내를 이른다. 특히 제5부에 해당하는 '영웅의 업적'에서는 영웅, 다시 말해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업적을 되새겨보는 부분이다. 따라서 슈트라우스 작품들의 주요 주제가 단편적으로 등장하는데 교향시 '돈 키호테' '돈 후안' '맥베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주제들이 메들리처럼 얽히면서 제5부의 커다란 주선율을 이룬다.

한편, 이날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대구시향 첼로 수석 유대연의 협연으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첼로 협주곡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 곡은 체코 출신의 드보르자크가 뉴욕 음악원 초대원장으로 초청받아 미국에 체류하던 시절에 만든 것이다. 드보르자크는 보헤미아의 전통 리듬과 선율에 미국 흑인 영가나 인디언 민요 등을 결합시켜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냈다. 망향의 노래라서 애조 띤 선율이 인상적이며 우리의 민요 가락과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무려 40여 분에 달하는 이 대협주곡을 연주해 보일 첼리스트 유대연은 아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수석, 퍼시픽 음악 축제 오케스트라 부수석을 역임하고,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후 강남심포니, 부산시향 첼로 수석, 인제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구시립교향악단 첼로 수석, 유니슨 스트링 콰르텟 첼로 주자로 활동 중이다.

올 상반기 마지막 연주회인 이번 연주회에 대해 마에스트로 곽승은 "레퍼토리를 선정할 때는 청중의 기호, 오케스트라의 실력, 지휘자의 음악적 욕심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이번 연주회는 이 세 가지 모두 욕심 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며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통해 오랜만에 위대하고 웅장하고 오케스트라 예술의 향연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A석 1만5천원, B석 1만원. 학생 A석 8천원, B석 5천원. 053)606-6313~4.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