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8시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당직실. 전날 귀가하지 않은 여대생을 찾기 위해 형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대구 한 대학에 다니는 박모(19) 양이 30일 오후 11시 30분쯤 '지하철 반월당역. 집에 가는 중'이라고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집으로 오지 않고 연락이 끊긴 것. 경찰은 통화기록 조회결과 31일 오전 1, 2시 친구들과 연락한 것을 확인한 뒤 반월당역과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추적 장소인 월촌역과 월배역 일대를 수색했다.
박 양의 휴대전화 전원마저 끊겨 버리자 경찰은 전날 같이 술을 마친 친구들과 통화기록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탐문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오전 11시쯤 박 양을 데리고 있다는 친구가 나타났다. 박 양은 학교 축제 기간을 맞아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를 하던 중 친구의 집에 들러 오전까지 잠이 들었던 것. 경찰 관계자는 "여대생 살인 사건 이후 불안한 마음에 부모들이 자녀가 연락이 안 되거나 집에 단순히 늦게 들어오더라도 다급하게 실종 신고를 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여대생과 의성 여성 검침원 살해 사건 등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밤늦게 귀가하는 시민들은 콜택시 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콜택시는 업체와의 통화기록과 승객을 태운 차량기록 등이 남는 등 일반 택시보다 안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직장인 김지은(25'여'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늦은 시각 귀가할 때면 콜택시를 이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업무가 쌓여 있는 김 씨의 평균 퇴근 시각은 오후 8, 9시. 회식이 있는 날에는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야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자주 택시를 이용해왔던 김 씨는 일반택시 이용을 꺼리고 있다. 김 씨는 "여대생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무슨 차에 탔는지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안심 귀가 서비스'가 가능한 콜택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한 콜택시업체에 따르면 대구 여대생 피살 사건 후 콜택시 신청 건수가 하루 평균 7천500여 건에서 8천100여 건으로 증가했다.
콜택시에서 제공하는 '안심 귀가 서비스'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승객이 전화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신청을 하면 가족'친구 등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탑승 장소와 택시 번호를 알려준다. 현재 한마음콜과 대구콜, 올레콜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매달 '안심 귀가 서비스' 이용 건수만 4천여 건에 달하는 한마음콜의 경우 대구 여대생 살해사건 이후 한 달에 2, 3명이었던 서비스 가입자가 일주일 동안에만 13명으로 부쩍 늘어났다.
또 일부 사람들은 택시를 탄 이후 곧바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무슨 택시를 탔다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뒤에 남은 사람들이 택시번호를 적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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