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거 휴지통 속 데이터, 지금은 황금알로

성큼 다가온 빅데이터 시대

더아이엠씨 직원들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더아이엠씨 직원들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THE SCRM'과 관련해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 2011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 이 영화는 미국 오클랜드야구단 단장 빌리 빈의 일화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빈은 '머니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 야구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 그는 자금력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려 전통적인 구단 운영법을 포기하고 '세이버매트릭스'를 도입해 통계학적인 측면을 중시했다.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 정신을 내세운 빈은 타율, 출루율 등 수년간 쌓여온 선수들의 방대한 경기기록을 분석해 능력은 있지만 저평가된 선수를 발굴하고 영입했다. 철저히 선수의 데이터에 의존해 팀 승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이터 야구'를 통해 당시 꼴찌 팀이었던 애슬레틱스는 20연승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 모 제약회사는 타박상, 벌레 물린 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멍' 연고를 개발했다. 하지만 홍보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해 인지도가 낮았다. 이에 제품 마케팅을 맡은 업체는 소셜데이터 분석을 통해 '멍'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업체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제품을 내는 다른 제약회사가 경쟁 상대였지만 소셜 분석 결과는 판이했다. 계란과 소고기가 경쟁상대였다. 또한 분석 결과가 보여주는 타깃층 역시 어린이가 아니라 여성이었다. 당연히 광고 포인트가 달라졌다. 다른 모든 효능을 빼고 '멍'에 집중했다. '멍 빼는 데는 OOO연고!'와 같은 광고문구가 만들어졌고 광고도 여성지에 집중적으로 게재됐다. 그 결과 매출이 2, 3배 이상 뛰는 대성공을 이뤄냈다.

앞의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이 있다. 다름 아닌 '빅데이터'(big data)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 최근 IT업계의 최대 화두는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대용량 정보다. 빅데이터는 과거에 버려졌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 분석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역 경제계는 빅데이터에 대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지자체와 기업 CEO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하고 있다.

◆버려졌던 데이터 재활용

빅데이터는 데이터 분석의 일종이다. 데이터 분석은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 분석이 주로 단일 목적으로 진행됐다면 빅데이터는 기존에 버려졌던 데이터까지도 분석해 수많은 용도로 데이터를 처리, 분석한다. 데이터는 무수히 만들어진다. 채팅을 한다든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형태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웹사이트 방문, 온라인 검색통계, 서버에 남는 로그 정보 등 각종 '흔적' 역시 데이터로 쌓인다. 사람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만이 데이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휴대폰과 기지국 사이에서 주고받는 위치 정보 역시 데이터다. 과거엔 이렇게 생산되는 데이터들이 버려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데이터 저장기술의 발달과 분석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이렇게 버려지던 데이터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잡히지 않던 '의미 있는 패턴들'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남대 박한우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는 "과거엔 전문가 영역이었던 데이터 분석이 이제는 일반인도 툴만 알게 되면 쉽게 접근이 가능해졌다"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여건이 확대되면서 빅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블로그를 운영하면 방문자가 어느 지역인지, 연령대는 어떤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이런 통계를 자신에게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것.

빅데이터는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예로 들어보자. 지하철역에서 이용객들이 시간대별로 어떤 출구를 많이 이용하는가를 분석하면 어떤 출구에 소규모 점포를 만들어야 장사가 잘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앞으로 새로운 거대시장을 만들어낼 '황금알'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결합이 선행돼야 한다.

박 교수는 "앞으로 공공부문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민간부문에서 이를 취사선택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포장하는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공과 민간이 보유한 대용량의 데이터를 연계해 공익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빅데이터 시범 사업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지자체'기업 CEO 관심 높여야

국내에서 빅데이터는 이제야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대구지역에서도 빅데이터에 대한 움직임은 미미한 상태다. 학계에서는 연구와 관심이 활발한 데 반해 산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다.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소셜네트워크분석(SNA) 전문기업인 더아이엠씨는 지역에서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한국형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THE SCRM) 개발에 착수해 올해 2월 공식적으로 개발을 완료했다. 특히 이 업체의 솔루션은 한글 데이터 수집 및 정제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다는 평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이 솔루션을 이용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의뢰한 '기술이전을 위한 잠재 수요기업 발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전채남 대표는 "앞으로 한글 데이터 처리와 분석의 질을 높이는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빅데이터와 관련해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지우닷컴 또한 국내 대표적인 트위터 서비스인 '트윗애드온즈'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채팅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와 관련 업계는 서울 다음으로 지역에 빅데이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지자체나 기업 CEO의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아이엠씨 전 대표는 "경북대나 영남대 등은 물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우수한 교수진이 포진돼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대구가 빅데이터 선도 도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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