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돼!"

장자는 세 가지 모습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인격화된 사람, 신격화된 사람, 성인화된 사람이다. 인격화된 사람이란 자기가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 즉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시대에는 자신을 알리는 것이 비즈니스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과대평가는 호감보다는 적대감만 일으킬 뿐이다. 적당한 범위 내에서 자신을 알리는 지혜로움이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이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과시를 잘하고 영웅 대접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며 관철되지 않으면 마음이 뒤틀려서 돌아서 버리는 사람이다. 단체 생활에서 큰 소리를 내며 타협하지 못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일쑤이다. 내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교만일지 모른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보다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스스로를 가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스개로 들려줄 말은 네가 없어도 "돼"일지 모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혈기가 왕성할 때 겪어본 일이기도 할 것이다. 좋지 않은 행동은 적게 할수록 좋지만,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도취에 젖어 산 적이 있었다. 어리석음을 뉘우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네가 없어도 "돼"라고 누군가는 속으로 외쳤을 것을 생각하니 지금도 뒤통수가 뜨겁다.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보는 눈은 없는 것 같다. 자신과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볼 때 반영된 모습을 발견하며 뉘우치기도 하고 바로잡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서 반추해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자신을 수시로 돌아보며 몸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 같다.

지위가 높을수록 권력의 방망이를 아무 데서나 휘두르다 망신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잘것없는 것을 해놓고도 떠벌리기를 좋아하고 눈앞의 이득에만 연연하며 공을 다투는 데 앞장서길 좋아한다. 멈춰야 할 때를 모르고 질주하다 사고를 내고 갖은 변명과 기억력 탓을 하며 구차하게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고 동동거린다. 멈추지 못하는 것은 지(止)의 인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제력이 없으니 쓸데없는 힘을 쓰려다 나라 망신까지 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네가 없어도 "돼"이다.

'STOP'이라는 단어 안에 'TOP'이 들어 있는 이유는 'TOP'의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STOP'을 잘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잘 멈출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김 근 혜(수필가'대구행복의전화 소장) ksn15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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