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쯤 달성군 현풍면 성하리 박석진교 아래 낙동강물은 탁한 연둣빛이었다. 수면에는 녹색 띠가 뒤엉켜 있었다. 물속 돌에는 누런 녹색이끼가 끼어 있고 거품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손을 넣어 돌을 집어들자 금세 흙탕물로 변했다. 밀려드는 갈색 물거품과 함께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대구 낙동강에 녹조가 피어나고 있다. 지난해 낙동강 하류에서 시작한 녹조는 6월 하순쯤 대구에 다다랐지만 올해는 이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르게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 것.
◆한 달이나 빠른 녹조
3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확인한 결과 녹조 현상은 달성군과 고령군 일대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우곡교(경북 고령군 우곡면) 인근에서 확인된 녹조는 낙동강 본류의 박석진교(고령군 개진면)와 고령교(고령군 성산면), 지류인 차천(달성군 현풍면)과 진천천(달성군 화원읍)까지 번져 있었다.
같은 날 고령교에서 하류로 500여m 떨어진 성산 배수장 인근 낙동강. 부식한 규착조류가 낙동강 주변을 따라 탁한 갈색을 띠며 수면에 떠 있었다. 수면에는 띠 모양으로 늘어선 녹조가 피어올랐다. 녹조가 낀 수면은 기름띠처럼 진득한 질감이 느껴졌다. 강가로 가까이 가자 짙은 물비린내와 썩은 이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투명한 유리잔에 물을 뜨니 깨알 크기의 녹조 입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지류의 녹조는 본류보다 더 심각했다.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차천은 합류지점에서 100m 전부터 흐름이 완전히 멈췄다. 본류인 낙동강의 수위가 지류인 차천보다 높기 때문. 상류에서 흘러온 물은 낙동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합류지점 부근에서 정체돼 버렸다. 15~20m의 차천 폭 전 구간에 걸쳐 녹색페인트를 풀어놓은 듯 녹조가 뒤덮여 있었다. 정체된 강변에는 쓸려온 나뭇가지가 검게 썩어 있었고, 빈 페트병과 뜯긴 스티로폼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작은 날벌레와 파리가 그 위를 날아다녔다.
낙동강의 또 다른 지류인 진천천은 검은 연탄과 같은 물빛을 띠고 있었다. 20, 30m의 폭을 가로지르며 회색 띠가 수면에 떠 있고 중간에 오른 팔뚝 크기의 죽은 물고기가 흰 배를 내밀고 있었다. 검은 이물질이 기름띠와 엉켜 낙동강으로 흐르지 못하고 떠다녔다. 하수구 냄새를 풍기는 진천천은 손가락 깊이(5㎝)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탁했다. 이곳에선 지난달 31일 물고기 2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녹조 창궐 조건 많아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미 낙동강은 조류경보제의 발령기준(15㎎/㎥)을 넘어서는 클로로필-a 농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확정 발표한 수치를 보면 박석진교 지점이 올해 1~4월 각각 18.2, 29.6, 69.3, 23.9㎎/㎥ 등 높은 농도를 보였다.
이미 3월부터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클로로필-a 농도를 보이고 있었던 것.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로 체류기간이 길어진 낙동강에 최근 비가 내린 뒤 오염원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녹조 현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해돼 물에 섞여 있던 조류가 수면이 따뜻해지면서 순식간에 증식해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낙동강 사업 뒤 정화기능을 담당했던 모래와 수생식물이 사라지면서 녹조가 창궐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며 "여기에 수많은 지천에서 영양염류가 흘러들어 오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녹조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석재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과장은 "수량이 적고 조류증가 물질인 영양염류가 농지에서 바로 유입되는 등 조류증식 조건이 더 좋은 소하천에서 조류가 일찍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축산폐수와 하수처리장 등 상류부터 오염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경상북도와 합동으로 배출원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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