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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식도분문이완불능증·용혈성 빈혈 앓는 민수

먹으면 토해 늘 배고파…배고파 더 괴로운 세 살배기

이민수(가명
이민수(가명'3) 군이 영양식을 힘겹게 빨대로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민수는 이 영양식을 결국 토해내고 말았다. 식도가 좁아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민수는 이내 선생님에게 배고프다고 칭얼거렸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이고, 또 토했네."

3일 아동보육시설인 에덴원(대구 남구 봉덕동)에 살고 있는 이민수(가명'3) 군이 영양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방바닥에 토해냈다. 민수는 다시 빨대를 통해 영양식을 힘겹게 빨아들여 보지만 이내 다시 토한다. 결국, 제대로 먹지 못한 민수는 선생님에게 배고프다며 칭얼댄다. 민수를 보살피는 박미진 생활지도원 또한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민수가 안타깝다.

"언제나 배고파해요. 영양식을 주면 빨대로 빨아들이지만 위까지 넘어가지 못하고 대부분 다 토해 내요. 이를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이나 반복하니 민수가 너무 괴로워해요. 한 번은 머리를 벽에 박으면서 배고프다고 짜증 내고 칭얼대는데 너무 놀랐어요. 어른도 배고프면 예민해지는데 아이는 오죽하겠어요?"

◆매일 배고픈 아이

민수가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계속 토하는 이유는 '식도분문이완불능증'이라는 병 때문이다. 식도분문이완불능증은 식도를 움직이는 근육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좁아지면서 음식물을 위로 내려 보내지 못하는 병이다. 또래의 다른 친구들이 밥을 꼭꼭 씹어먹기 시작할 때 민수는 멀건 영양식으로 식사를 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민수의 발육 상태는 또래보다 훨씬 못하다. 생후 36개월을 넘긴 민수의 키는 82㎝, 몸무게는 11㎏ 안팎이다. 36개월 이상 아동의 평균 키가 96.7㎝, 몸무게가 14.9㎏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또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이다. 심지어 돌을 앞두고 있는 같은 방의 동생과 비슷할 정도다.

신체 발육도 부진하지만 지적장애 2급에다 설소대단축증 때문에 언어발달 역시 또래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민수가 할 수 있는 말은 '엄마'뿐이고, 칭얼대면서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민수를 괴롭히는 것은 좁은 식도뿐만이 아니다. 민수는 혈액의 적혈구가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파괴되는 '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다. 그래서 가끔 민수는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황달에 걸린 것처럼 노래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인근 종합병원을 찾아 수혈을 받는다. 이때마다 민수의 작고 가는 팔에 주삿바늘이 꽂히고, 혈관이 약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바늘을 찔러야 한다. 김원식 에덴원 사무국장은 병원에 갈 때마다 자지러지는 민수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병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민수는 고개를 홱 돌려버립니다. 그만큼 가기 싫은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바늘 찔린 자기 팔을 보면서 무서워하며 아파 우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고 가슴 아픕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축복받지 못한 아이

민수는 2011년 5월에 에덴원에 들어왔다. 에덴원에 올 때는 이미 여러 시설을 거친 뒤였다. 에덴원에 오기 직전엔 위탁모에게 맡겨졌었고, 그전에는 대구SOS아동보호센터에도 있었다.

민수의 어머니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고 한다. 민수의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몹쓸 일을 당한 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족까지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배가 불러온 뒤였다. 임신 8개월째 민수의 어머니는 집에서 민수를 낳았고, 민수를 키울 수 없다고 결정하고는 외할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민수를 아동보호시설에 맡기기로 했다.

대구SOS아동보호센터에 맡겨진 민수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때 위탁모에게 맡겨진 민수는 입양할 대상자를 기다렸지만 결국 입양되지 못했고 2011년 5월 에덴원으로 들어오게 됐다.

민수를 지켜보고 있는 에덴원 식구들은 민수가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난데다 세 살 된 아이가 겪기엔 몸과 마음에 너무 많은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희경 에덴원 원장은 "이곳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다 한두 가지씩 아픈 사연을 갖고 있지만 민수처럼 어린 나이에 몸과 마음에 모두 아픔을 가진 아이는 드물다"며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아픔을 겪은 민수가 부디 건강하게만 크길 바라는 게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아이

민수의 식도분문이완불능증은 치료가 매우 어렵다. 병원에서는 민수의 식도 안에 풍선과 비슷한 도구를 넣어 부풀려 식도의 구멍 면적을 넓히는 '풍선확장술'로 민수를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민수가 너무 어리고 성장 중이다 보니 식도를 한 번에 크게 부풀리지 못한다.

지금까지 세 번 정도 풍선확장술을 받았지만 시술 후 며칠 정도만 분유나 환자용 영양식 같은 멀건 음식을 넘길 수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좁아진다. 김원식 사무국장은 "풍선확장술이 효과가 없을 때는 근육절개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힘든 시술들을 민수가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용혈성 빈혈이다. 병원에서는 '선천성'이라고만 말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골수 이식이 정답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민수가 너무 어려 수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수혈로 버티고 있지만 수혈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 민수의 몸속에 철분이 너무 많이 쌓여 철분을 녹이는 약도 먹어야 할 정도다.

에덴원에서는 민수의 치료를 도와줄 사람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민수가 아동시설에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혜택을 보기는 하지만 간병비나 영양식 비용을 마련하려면 시설 예산으로는 빠듯하다. 1년 전 한 단체에서 민수에게 2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주기는 했지만 이후 민수에게 전달된 후원금은 없었다. 지원된 후원금도 이제는 다 써가는 상태다.

민수를 키우는 에덴원 식구들은 민수가 제발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고 있다. 김원식 사무국장은 "부모에게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나 이곳에 온 민수가 최소한 건강한 신체만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민수에게 어떤 병이 또 찾아올지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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