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둘러만 봐도 6시간 초록빛 물드는 산책

순천 국제정원박람회

# 8월까지 오후 9시 연장운영

# 세계 정원 볼거리 최고 인기

# 풀내음·꽃향기 원없이 만끽

불안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허둥지둥, 바쁘게 살아도 나아지는 게 없다. 결혼, 직장, 출산까지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심신의 치유(힐링)가 절실한 시대다.

전남 순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정원박람회는 지친 신심을 스스로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거칠어진 마음을 순화시키기에 '딱' 좋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힐링은 무슨.' 그러나 느릿느릿 꽃을 구경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나절의 한가함을 얻다

관람장 면적이 총 111만㎡다. 지구촌 83개 정원과 체험시설이 들어차 있다. 메인 코스를 둘러보는 데만 6시간 정도가 걸린다. 볼 것이 하도 많다 보니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 그렇다고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음미해야 한다.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온몸으로 느낄 때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출구 근처 건물에 세워진 인공호수의 홍학들이 가장 먼저 반긴다. 인근에는 드넓은 잔디밭과 꽃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장미정원을 비롯해 화원은 보라색과 주황색, 붉은색과 진분홍 꽃들이 파란 잎들과 어울려 탐스럽고 곱다.

함께 어우러져 피는 꽃밭이 한 송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남과 더불어 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떠오른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천연잔디의 촉감이 좋다. 싱그러운 내음, 진한 꽃내음에 머리가 어찔하다. 잠시 앉았더니 풀물이 들었다.

한국정원과 늘푸른 정원, 편백숲과 철쭉정원이 들어서 있는 수목원 구역은 그야말로 힐링 공간이다. 아름드리 나무와 고즈넉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천천히 걷다 보면 무상무념의 상태에 빠진다. 습지구역은 습지의 생태를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턱이 없다. 동화작가 정채봉과 소설가 김승옥 문학관을 지나 순천만 갈대숲까지 이어진다. 갈대숲이 있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걸어서 1시간 정도.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관람장을 가로지르는 강(동천)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장미공원 등이 있고 오른쪽은 호수공원과 국제정원 등으로 나뉜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꿈의 다리. 이 다리 양옆과 가운데 벽에는 한국을 비롯해 각국 어린이들의 조각 그림 14만 장이 전시돼 있다.

◆세계의 정원이 모이다

꿈의 다리를 건너면 호수공원이 반긴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영국)가 순천시의 풍경과 순천만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전체 4만여㎡의 정원에는 순천 도심에 있는 봉화산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축소해 만들어 곳곳이 흥미롭다. '난봉 언덕'과 '봉화 언덕' '해룡언덕' '앵무언덕' 등 6개의 언덕이 있다. 모두 순천을 둘러싼 산에서 명칭을 따왔다.

언덕에 오르면 순천의 도심을 소개한 사진 자료가 파노라마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눈을 돌리면 호수정원이 한눈에 다가온다. 탁 트인 풍광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꽃밭과 잔디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다.

두 시간을 걸었는데도 행사장이 얼마나 넓은지 반도 못 봤다. 초심과 달리 마음이 급해진다. 허리도 점점 아프고 발도 시큰거린다. 뙤약볕에 땀까지 비 오듯 흐른다. 그러나 마음만은 상쾌해진다. 운영위 측에서는 이달부터 8월 31일까지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했다. 불볕더위를 피해 오후 시간을 활용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했단다.

드디어 이곳의 백미. 세계 정원 구역. 세계 각국의 정원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터키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원을 살피다 보면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보기만 해도 입이 벌어지고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우리 집도 저렇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네덜란드 정원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명소. 풍차와 튤립을 조화롭게 배치해 이국적인 풍경을 한껏 자아내고 있다. 마치 동화 속에 온 듯한 환상적인 느낌이다.

IT 정원·식물공장에서도 무척이나 신기한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꽃빛 물빛 별빛에 물들다

박람회장 곳곳에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마침 호수공원 인근에서는 젊은 두 친구가 탭댄스를 선보였다. 실력은 높아 보이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는 게 보기 좋다. 관객들도 편한 자세로 앉아 느긋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여유롭다.

박람회 기간(10월 20일까지)에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60여 차례에 걸쳐 지역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세계 각국의 전통공연도 약 20차례나 열린다.

8일부터는 2013 순천하늘빛축제가 열린다. 정원박람회장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밤마다 화려한 LED 빛으로 순천 동천을 수놓을 예정이다. 8일 오후 7시 30분 장대공원 주무대에서 순천무용협회의 북 공연을 시작으로 개막된다. LED 쇼, 3D 프로섹션맵핑, 멀티미디어쇼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숲속정원, 바다, 하늘정원 3개의 구역으로 구성됐다. 소망 카드, 빛 소망 배 띄우기 등 평일 상설 프로그램과 문화예술공연, 키다리 피에로 퍼포먼스 등 주말 상설 프로그램이 있다. 조점수 국제정원박람회 기획팀장은 "정원박람회 야간 개장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빛축제를 마련했다. 순천의 깊은 맛과 멋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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