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원룸. 대구 여대생 A(22)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대구 중부경찰서는 범행 현장 일대에서 조 씨가 범행 당시 모습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했다. 검거 당시 입고 있던 초록색 반소매 셔츠와 청바지를 그대로 입고 나타난 조 씨는 현장검증 내내 담담한 모습이었다.
첫 현장검증이 이뤄진 곳은 지난달 25일 새벽 조 씨가 A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자신의 원룸. 조 씨는 A씨를 업은 채 현관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힘에 부쳤는지 잠시 계단에 앉아 숨을 돌리더니 다시 여대생을 질질 끌며 계단을 올라갔다. 조 씨의 집에 도착한 뒤에는 문턱에 걸려 넘어진 A씨의 옷을 벗기는 등 성폭행하려는 장면과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A씨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차 A씨를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조 씨는 사건 경위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침착하게 생각하는 여유도 보였다. 방 안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조 씨는 이불에 싼 A씨의 시신을 끌고 나와 집 앞에 세워진 차량 트렁크에 싣는 모습을 재연했다.
현장검증 과정을 지켜보던 200여 명의 주민들은 잔뜩 숨을 죽인 채 조 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일부 주민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검증 모습을 찍는가 하면 손가락질을 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욕설을 쏟아냈다. 5세 딸을 둔 주민 송모(32'여) 씨는 "휴대전화 마지막 위치가 북구 산격동으로 떴다는 말을 듣고 올 2월 받은 성범죄자 고지서에서 봤던 조 씨를 떠올렸다"며 "설마 했는데 한 동네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다니 이제 밤길 다니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두 번째 현장검증 장소는 조 씨가 A씨의 시신을 버린 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의 한 저수지. 저수지는 도로변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범행 현장에 도착한 조 씨는 차량 트렁크에서 이불에 싸인 A씨의 시신 모형을 꺼내 바닥에 끌며 저수지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이불에 싸인 A씨의 시신을 굴려서 저수지에 빠뜨리는 장면을 재연했다.
도로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곳 저수지 관리를 맡고 있는 주민 송모(54'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씨는 "매일 오전 5시쯤 저수지에 오는데 이곳에서 살인범이 시신을 버렸다는 말을 듣고 올 때마다 온몸이 섬뜩해진다"며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몹쓸 짓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검증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조 씨는 저수지에서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다. 정신없이 이곳 저수지까지 왔다. 유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찰에 따르면 경주에서 대구로 돌아온 조 씨는 방안을 깨끗하게 정리한 뒤 A씨의 휴대전화, 옷가지 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쓰레기 차가 오기 전 집 앞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조 씨가 A씨의 휴대전화를 한 차례 켰다 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 채승기 수사과장은 "현장검증 내용을 토대로 10일까지 공범 관계 및 여죄 등을 보강 수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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