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4월,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 대학생과 시민들이 나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가라앉지 않자 그해 6월 4일 중국 당국이 군대를 투입, 유혈 사태를 빚으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다음 날에는 왕웨이린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천안문 광장에 진입한 4대의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선 사진이 AP통신에 의해 전송돼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천안문 사태는 결국 무력 진압으로 마무리됐지만, 당시의 상징적 사진이 남긴 울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천안문 사태 24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경계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안팎에서 이는 재평가 움직임에 언제까지 귀를 닫고만 있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도 하나의 역사적 사진이 촉매가 됐다. 대학생이었던 고(故)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친구에 의해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는 모습은 분노를 일으켜 시위에 더욱 불을 댕겼다. 이 사진으로 말미암아 강경 진압을 고수하던 전두환 정권은 물러서야 했으며 노태우 여당 대통령 후보의 '6'29 선언'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는다. 얼마 전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서 군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테러범에 맞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어 추가 희생을 막았던 한 여성의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48세의 평범한 주부인 잉그리드 로요 케네트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상대를 응시하는 뒷모습만으로도 위급한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하는 강인함을 전해준다.
최근 터키에서 일어난 시위에서도 당당한 여인의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슬람 율법 정치를 강화하려는 정부에 맞서 세속주의를 지키려는 반정부 시위가 터키 전역으로 격화되고 있는 데 이 사진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 시내 광장에서 붉은 원피스 차림의 여인이 진압 경찰이 분사하는 최루가스 액을 고개만 살짝 돌릴 뿐 피하지 않고 맞는 사진이다. 이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시위에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2명이 사망하고 정부가 사과에 나섰으나 시위는 숙질 줄을 모른다. 소시민으로 살다가도 이처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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