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상학의 시와 함께] 이 역시 지나가리라

이 역시 지나가리라

랜타 윌슨 스미스(미국, 1856~1939)

어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평화를 파괴하는 힘으로 네 삶을 할퀴고 흘러

가장 소중한 것들이 눈앞에서 영원히 휩쓸려 사라질 때

힘겨운 시간마다 네 가슴에 말하라

-이 역시 지나가리라

끊임없는 고역이 기쁨의 노래를 침묵시키고

기도마저 힘들 만큼 네가 지쳤을 때

이 진실이 네 가슴에서 슬픔을 몰아내고

힘겨운 나날의 짐을 덜게 하라

-이 역시 지나가리라

행운이 미소 짓고 웃음소리와 즐거움이 넘쳐

하루하루가 근심 없이 후딱 지나갈 때

네가 지상의 보물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이 몇 마디 말에 담긴 온전한 의미를 되새겨라

-이 역시 지나가리라

성실한 노동이 네게 명성과 영예를 가져오고

지상의 모든 존귀한 사람들이 네게 미소할 때

기억하라, 삶의 가장 길고 가장 위대한 이야기도

지상의 짧은 시간, 단 한 순간만 채울 뿐임을

-이 역시 지나가리라

-시「This, Too, Shall Pass Away」(안상학 옮김)

성경에도 우화에도, 심지어는 노랫말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말 한마디는 삶의 의미를 농축하고 있다. 나쁠 때는 위로가 되고, 좋을 때는 충고가 되는 희한한 말이다. 세상은 무한하고 인생은 유한하다. 어떻게 보면 짧고도 짧은 인생, 그 안에서 희로애락, 인생의 사계를 경험한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이 말 한마디 명심하고 따르면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산다고,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시의 여러 번역이 있지만, 의역이 심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시인은 감리교 목사의 딸로서 찬송가를 많이 썼다. 이 시도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말 한마디에 의지해 쓴 것이다. 세속적인 표현은 절제하고 그녀의 마음을 곱씹으며 옮겨보았다. 종교를 떠나서도 이 시는 '어떤 슬픔'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세월이 병이고, 세월이 약이다.

시인'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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