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상세계 얼룩진 현대사회 풍경…김영헌 개인전 '클라우드 맵'

21세기. 손 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고, 그것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바로 지금 시점. 우리 풍경은 과연 어떻게 묘사될까.

작가 김영헌은 세상에 없던 방식의, 바로 지금의 산수화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김영헌 개인전 '클라우드 맵'이 스페이스K에서 7월 20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그의 풍경화 속에는 전자파와 정체 모를 정보들의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떠다니는 정보들은 어디서, 어떻게 흘러들어오는지 알 수 없으며,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가상세계로 얼룩진 풍경을 작가는 그려냈다.

"알 수 없는 정보들로 인해 진실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없어요."

그는 백두산 천지의 풍경을 그렸다. 그가 그린 백두산은 기존 우리가 알아온 '남북분단'의 함의를 포함하되 새로운 풍경으로 그려진다. 백두산 위에 스텔스기 한 대가 떠 있다. 기묘한 구름에 가려진 채 말이다.

"실경을 관념화한 것이에요. 우리 민족에게 가슴 아픈 백두산의 풍경인데, 모호하게 만들어진 분단 상황에 모호한 구름을 그려 넣었어요."

하지만 회화적 마티에르도 놓치지 않는다.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흐리고, 풍경에 집중한다.

과거 우리에게 실경과 관념이 있었다면, 지금은 '가상현실'이라는 풍경이 하나 더 추가된다. 전자 정보들로 가득한 가상현실과 실제 풍경이 뭉뚱그려지면서 21세기 몽유도원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작가는 게임의 현실을 화폭에 옮긴다.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가상 세계의 칼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게임을 하죠. 실체는 없지만 전자적 신호에 불과한 칼을 얻고자 하고, 또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국에서 10년간 붓을 꺾고 설치작품에만 몰두하기도 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독특한 감성의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스텔스기의 외연을 가지고 있지만 이 그림자는 미키마우스의 모습이다. 미키마우스의 미소를 띠고 우리의 삶을 장악한 제국주의의 이면을 보여준다.

이장욱 스페이스K 큐레이터는 "작가가 구상한 '구름 지도'를 통해 실제 경험과 가상 경험이 뒤섞인 혼성적 풍경을 연출한다. 그의 구름지도는 새로움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하늘 삼아 그 불안정한 기상을 보고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우리보다 한발짝 앞서 세상을 고민한다. 작가 김영헌이 예민한 촉수로 느끼고 있는 우리 시대의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053)766-9377.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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