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PC방 8일부터 전면금연…업주들 손님 줄까 '울상'

흡연실 설치 비용도 부담…업주 66% "조만간 폐업"

PC방 내 흡연이 8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7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PC방에 금연구역 안내판이 걸려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PC방 내 흡연이 8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7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PC방에 금연구역 안내판이 걸려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6일 오후 4시쯤 대구 동구 효목동 한 PC방. 전체 80석 규모로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금연과 흡연구역의 비율은 3대 7 정도. 흡연구역의 절반 정도가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금연구역은 대부분 청소년으로 1, 2시간 짧게 이용하는 편이고 흡연구역은 보통 5, 6시간 오래 자리를 지킨다고 아르바이트 학생이 귀띔했다.

PC방 내 흡연이 전면 금지되는 가운데 대구 PC방 업주들이 손님이 줄 것이란 염려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흡연자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흡연실에 대한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골 흡연손님 발길 돌릴 것=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PC방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이달 8일부터 흡연행위가 금지된다.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 초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두었고 이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용자는 흡연실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업주 역시 금연구역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12월 31일까지 6개월의 계도기간이 적용된다.

PC방 업주들은 전면 금연화가 스마트폰 게임의 등장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PC방 업계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흡연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던 성인 손님이 발길을 끊을 것이고, 중소 영세 PC방은 수익 감소로 폐업한다는 것.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모(51) 씨는 "PC방 매출의 70% 이상을 한 자리에 몇 시간씩 앉아서 게임을 하는 단골 흡연자들을 통해서 얻는다"며 "이용시간이 짧고 방문이 불규칙한 사람들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의 흡연이 금지된다면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또 다른 PC방 업주인 장모(42'수성구 범어동) 씨는 "흡연을 위해 매번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손님이 얼마나 되겠냐"며 "재떨이를 못 놔두게 하더라도 종이컵이나 음료수 캔을 재떨이 삼아 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많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혹시 손님이 발길을 끊지는 않을까 염려돼 담배를 꺼달라고 부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범PC방생존권연대가 4월 진행한 설문조사(788명) 결과, PC방 업주의 66%(517명)가 금연법이 시행되면 조만간 폐업을 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업주는 34%(271명)뿐이었다. PC방 전면금연 시행의 가장 큰 문제로 84%가 '손님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이라고 했고, 바라는 점으로는 77%가 전면 금연법 유예 연장을 꼽았다.

◆추가 비용 '설상가상'형평성도 어긋나=PC방은 앞으로 흡연을 허용하려면 컴퓨터를 놓을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고 공간 확보도 어렵다고 업주들은 하소연했다. 2006년 PC방 내부 중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자비로 구분 칸막이를 설치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다시 추가비용을 들여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는 것.

PC방 업계에 따르면 2명이 들어갈 수 있는 흡연실 1개를 만들 경우 평균 700만~1천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배 연기가 새지 않도록 밀폐된 흡연실 내 환기시설을 갖춰야 하고 소화기도 마련해야 한다. 기존에 설치된 흡연석 분리 칸막이를 제거하는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동구 효목동의 한 PC방 업주는 "매년 7월 성수기를 맞아 6월이면 2천만~3천만원을 들여 PC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올해는 예외"라며 "전면 금연화로 흡연실을 추가로 설치하고 또 얼마만큼 손님이 줄어들지 몰라 투자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고 했다.

PC업계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형음식점(150㎡)과 커피숍의 경우 2015년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당구장은 체육시설이란 이유로 금연구역 지정에서 제외됐지만 유독 PC방만 단계적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배종훈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대구지회장은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인 PC방 업소들이 이번 금연화 조치로 상당수 폐업하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관련된 컴퓨터 하드웨어와 게임 프로그램, 인테리어, 업소에 납품하는 먹거리 등 관련 산업에 파급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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