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스터스'를 보면서 밤잠을 설쳤다. 생방송을 보려니 한국시각 새벽 3시. 역시 타이거우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대단했다.
문제는 2라운드 15번홀에서 일어났다. 세 번째 샷을 시도한 우즈. PAR 5홀이기 때문에 1타를 더 줄일 수 있는 기회이다. 약 50m 남은 거리에서의 샌드웨지를 선택하여 바운스를 이용한 어프로치를 시도하였다. 딱딱한 그린, 핀의 위치는 해저드를 건너 그린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즈는 강력한 백스윙이 예상되는 어프로치샷을 시도하였고 볼은 핀 하이로 깃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갤러리들로부터 탄성이 아닌 아쉬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결과는 깃대를 직접 맞은 볼이 튀면서 해저드에 빠진 것이다. 벌타를 받고 드롭한 우즈는 침착하게 샷을 했고 보기로 마무리하였다. 선두와 3타 차이가 난 우즈는 갤러리들에게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문제의 발단은 TV중계를 지켜본 시청자가 우즈가 규칙위반을 했다고 경기위원회에 제보를 한 것. 골프 규칙 26조 1항 '워터해저드 안에 들어간 볼의 구제'에 따르면 볼이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1벌타를 받고 1. 원구를 최후로 플레이한 곳의 되도록 가까운 지점에서 볼을 플레이한다. 2. 홀과 워터해저드의 한계를 최후로 원구가 넘어간 지점을 연결한 직선상으로 그 후방에 드롭하여야 한다. 우즈의 볼은 해저드 건너편 그린에 맞고 굴러서 해저드에 빠졌으나 직후방으로 드롭할 공간이 없었으므로 대회 로컬룰에 의해 그린 맞은편 해저드 앞쪽에 별도로 만들어둔 드롭존이 있었다. 우즈는 드롭존이 잔디상태와 여러 가지 고려할 때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였는지 원구를 친 지역으로 되돌아가 5번째 샷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가 제보한 내용은 원구가 있었던 위치보다 약 2m 뒤쪽에 드롭했다는 것. 이는 명백히 골프 규칙 20조 7항 오소에서의 플레이(잘못된 위치의 플레이)로 2벌타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데 해당했다.
문제는 우즈는 자신이 규칙을 위반한 사실조차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였고 인터뷰에서 자신이 드롭한 내용들을 이야기하였다. 골프 규칙 6조 6항 스트로크플레이의 스코어 규정을 본다면 친 스코어보다 적게 기록한 후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게 되면 '실격'에 해당된다. 2011년 새롭게 골프 규칙이 개정되었는데 선수가 자신의 규칙 위반을 인지하지 못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위반 사실이 발각되면 경기위원회에서 판단하여 실격을 면제해주거나 다른 벌칙으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즈는 개정된 규칙의 최초 수혜자가 되었다. 우즈가 고의로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위원회는 판단하고 2벌타를 부과하는 벌을 주어 마무리하였다. 여러 언론매체에서는 "우즈 봐주기냐?" "대회 흥행을 위해서 무리한 꼼수다"는 등의 여러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과연 우즈의 잘못을 질타할 수 있을까? 골프라운드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시비들이 걸리게 마련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이라고 빡빡 우기는 골퍼, 아는 골퍼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하는 골퍼, 이러다 보면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서로의 불신만 안고 헤어지게 된다. 역시 답은 골프 규칙이다. 그리고 동반자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나는 어디에 해당하는 골퍼인가?
최봉암 대구대 골프산업학과 교수
국가대표 골프팀 코치
JGOLF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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