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재건축 사업 입찰에 현대건설이 참여하면서 대구에서 첫 삽을 뜰지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도급순위 1위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대구에선 남구 봉덕동 힐스테이트 말고는 사업을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업에 경쟁사인 롯데건설이 입찰하면서 '롯데의 수성이냐, 현대의 공성이냐'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 공세 시작
황금동은 한강 이남 최대 단지인 황금동 롯데화성캐슬골드파크(4천300가구) 등 표면상으로 롯데건설의 아성이 짙은 곳이다. 캐슬골드파크는 애초 현대건설 사업지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IMF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손을 뗐다. 결국 롯데건설이 사업을 맡아 대박을 터트렸고 황금동이 대구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황금동 재건축 사업은 현대 입장에선 아쉬움이 큰 지역일 것"이라면서 "이번 입찰에서 현대와 롯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공사를 따낸다면 대구에서 마감재 등 새롭게 선보인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첫 작품인 만큼 '대구아파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단지 주변으로 정화여고, 경북고 등 학군이 좋고 교통여건이 우수해 대구 지역 발판으론 제격이라는 것. 현대건설은 10년 만에 대구 사무소를 여는 등 사업에 적극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2년여간 이 사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건설 천동환 대구경북소장은 "현대건설 50년 역사에 한두 번을 제외하곤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시공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대구에서의 첫 사업인 만큼 정성을 쏟아 황금동 재건축 단지를 대구의 랜드 마크로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용호상박으로 선의의 경쟁 구도가 결국 지역 건설 경기부양이란 선 효과를 불러올지 관심을 가지면서도 1군 업체들의 지역 대거 진출로 또다시 홍역을 치르지 않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메이저 각축장 되나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1군 건설업체들의 분양 경쟁은 분양가만 높여 지역 경제를 파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초'중반 대구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한꺼번에 2만5천 가구가 분양됐고 결국 4년간 부동산 빙하기를 맞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대구 부동산 시장이 1군 업체들의 분양 전쟁터로 전락, 전후에 폐허가 돼 버렸다"면서 "1군들의 경쟁의 피해가 또다시 지역 시장을 흐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격세지감이란 말도 회자되고 있다.
과거 우방, 청구 등 탄탄한 지역 건설사들이 버티고 있을 때는 1군업체들의 대구 시장에 벽돌 한 장도 쌓지 못할 정도로 지역 건설업체들의 브랜드 파워가 셌다. 그러나 현재는 몇몇 업체들을 빼면 은행 PF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위축돼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대구의 건설명가로 불렸던 청구, 우방이 쓰러져가면서 지역 업체들은 부산경남 건설사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면서 "현대와 롯데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 건설 시장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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