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과 채권 사이…덜 위험하고 짭짤한 '메자닌 펀드'

메자닌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관련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메자닌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관련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재테크 환경이 나빠지면서 투자 트렌드가 '중위험'중수익'으로 굳어지고 있다. 저금리에 주식시장마저 박스권 흐름을 탈출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대표적 투자 상품인 메자닌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돈이 몰리는 메자닌 펀드

저금리 여파로 채권 금리가 낮아지고 주식 시장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진 '메자닌 펀드'가 재테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메자닌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011년 25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천14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 들어 자금 유입 속도는 더 빨라졌다. 2월 781억원의 돈이 유입됐고 3월과 4월에도 각각 51억원, 341억원이 들어왔다. 올 들어 4월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6천여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흐름이다.

그동안 메자닌 펀드는 기관 투자가들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메자닌 펀드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입소문을 듣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게 된 것. KTB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에 유입된 개인 자산가들의 자금은 2011년 22억원에서 2012년 660억원으로 1년 사이 30배 증가했다. KTB자산운용이 올 4월 모집한 17개 메자닌 사모펀드에도 5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KTB자산운용은 올 하반기에도 메자닌 펀드 자금을 모집할 예정이어서 총 1천억원 이상의 자금 유입을 자신하고 있다.

'메자닌'(Mezzanine)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같은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주 투자대상인 까닭에 '메자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환사채는 발행 후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발행 회사의 주식과 맞바꿀 수 있는 회사채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정해진 가격에 새로 주식을 발행받아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다. 교환사채는 일정 시일이 지난 후 발행 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채를 말한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되는 메자닌 펀드의 최대 장점은 채권 투자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추구하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 전환 권리를 행사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채권 이자 수익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에서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메자닌 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띤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채권보다 기대 수익률은 높고 주식보다 리스크는 낮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메자닌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올 2, 3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에 50% 이상 투자하는 사모 메자닌 펀드 18개를 선보였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체형과 달리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발행 회사 최대 주주에게 매각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메자닌 펀드가 변동성 장세에서 기관 투자가들이나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관련 사채가 최근 들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이 일일이 회사채 정보를 확인해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메자닌 펀드에 가입할 경우 이러한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의 사항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투자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메자닌 펀드도 예외는 아니다. 메자닌 펀드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 아니다. 채권 발행 회사가 부도가 나면 한순간에 투자금 모두를 날릴 수 있다.

장기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 최근 KTB자산운용이 출시한 'KTB메자닌사모증권투자신탁제30호[채권혼합]'의 경우 원칙적으로 3년 만기가 될 때까지 환매가 불가능하며 설정 2년 후부터 일부 중도 상환만 가능하다.

메자닌 펀드라도 어디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제로인이 공모 형태의 메자닌 펀드 26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을 비교해 볼 결과, -6% 손실을 낸 상품이 있는가 하면 20% 넘는 수익을 올린 상품도 있어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따라 운용 수익률뿐 아니라 투자하는 회사의 신용등급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주식처럼 언제든지 매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메자닌 펀드는 통상 설정 첫 해에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2, 3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므로 3년 정도 인내심을 갖고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메자닌 펀드

-중수익'중위험 투자 상품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

-채권 투자로 안정적인 이자 수익 추구, 주가 오르면 주식 전환 권리 행사

-장기간 환매 불가능, 장기 투자 목적에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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