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육과 그에 따른 직업 현장 체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교 현장은 고민에 빠져 있다. 전문 직업인을 학교로 초청해 특강을 맡기는 일도 녹록하지 않은 마당에 체험 일터 발굴, 진로 교육 협의체 운영까지 학교에서 떠맡는다는 것은 힘이 부쳐서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 전체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진로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서울의 사례를 살펴봤다.
◆'일과 놀이, 배움의 즐거움을', 노원구립 상상이룸센터
'청진기 사업을 펼칩니다.' 청진기 사업은 '청소년 진로체험의 기적'의 앞글자들을 모은 말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노원구립 상상이룸센터가 펼치고 있는 사업이다. 상상이룸센터는 한 학교에 80개 안팎의 체험 일터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상상이룸센터가 하는 일은 체험 일터를 발굴해 지역 학교와 연계해주는 역할 외에도 다양하다. 기타와 젬베(타악기) 등 악기와 목공, 의류 디자인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 흥미 유형별로 전자책을 구분해둔 디지털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학교 진로 동아리의 활동도 일부 지원한다.
상상이룸센터가 문을 열게 된 것은 청소년 진로 교육에 대한 노원구청의 적극적인 의지 덕분이다. 노원구청은 상계동에 KT신관이 들어서면서 무상으로 기부채납 받은 공간에 청소년들의 진로직업체험을 지원할 센터를 꾸몄다. 지역 주민 일부는 독서실 등으로 쓰자고 주장했으나, 노원구청은 공교육을 지원하고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이 같은 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득한 것. 센터 운영은 노원구에서 복지 사업을 전개해온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이 맡았다.
이곳이 사용하는 운영비는 연간 2억3천만원 정도. 노원구청에서 1억3천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다. 이곳 서정화 센터장은 "기존 체험 일터가 계속 학생들에게 문을 열도록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현장에서 만나는 멘토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제가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진로 길잡이', 금천구립 금천진로직업체험교육지원센터
서울 금천구청도 청소년 진로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곳이다.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 지역 인재를 기르자는 취지 아래 구청 차원에서 직업 체험 일터와 진로 교육 프로그램 발굴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발굴한 체험 일터만 150곳에 이를 정도다. 금천청소년참여위원회를 운영, 어떤 체험을 원하고 무슨 교육을 받기를 희망하는지 등 학생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진로 특강, 진로 탐색과 학습 코칭, 진로와 진학 상담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진로 희망 캠프를 운영하고 금천구청과 산하 주민센터를 공무원 직업체험장으로 개방했다. 서울 남부교육지원청과 학교 진로 교사,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모아 지역 진로교육추진협의체도 구성했다.
금천구청의 올해 진로 교육 사업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금천진로직업체험교육지원센터의 개소. 시비 6억8천500만원을 지원받아 옛 독산 3동 주민센터를 청소년 진로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약 690㎡)로 소극장, 다목적 놀이 공간, 카페, 강의실, 공작실 등을 갖춰 7월 초 문을 열 예정이다.
금천구청은 구비 1억6천여만원에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 1억원 등 매년 2억6천여만원을 투입해 이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구청 공무원 5명도 운영 인력으로 파견한다.
금천구청 교육담당관실 한민호 정책보좌관은 "센터가 들어설 지역 인근에는 학교가 여러 개 몰려 있어 학생들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곳을 편하게 드나들면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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