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신공항의 '적(敵)'

"남부권 신공항 건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다고 해 봅시다. 수도권 여론(언론)이 가만히 있겠어요. 지난 정권이 불과 2년 전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일인데…."

얼마 전 얼굴을 마주했던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수요조사를 앞두고 영남권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고 했더니 수도권 반대 여론부터 먼저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불현듯 2년 전(2011년 4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장면이 떠올랐다. "영남 지역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신공항 검토 결과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이해해 달라…."

당시 수도권 언론은 신공항 건설을 염원하는 영남권을 지역 이기주의에 매달리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신공항 백지화야말로 국익과 나라를 위한 주장인 것처럼 호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 회견 내용은 '공약 버리고 국익 선택했다…MB 고뇌의 결심'으로 미화했다.

결론적으로 경제적 관점의 신공항 무용론은 수도권 중심 사고의 산물이다. 바꿔 말해 현 정부 들어 다시 불 붙고 있는 남부권 신공항 건설의 화두는 수도권 중심 사고와 그에 부응하는 신공항 무용론을 타파하는 것이다.

영남권 1천300만 국민은 신공항 사업을 통해 떡고물이나 챙기려 드는 지역이기주의자들이 결코 아니다. 신공항에 대한 수도권의 반대 논리는 손바닥만 한 국토에 KTX까지 있는 마당에 왜 제2의 허브 공항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14곳의 지방 공항 중 김포'제주'김해 등 3곳을 제외한 11개 공항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어째서 또 지방공항이냐고 어처구니없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영남권 국민들이 염원하는 신공항은 애물단지 적자 지방공항이 아니라 인천공항을 보완하고 유사시 대체할 수 있는 제2의 관문 공항이다. 영남권 국민들은 새벽이나 심야에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못해 수도권에서 1박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범남부권까지 확대하면 영남권은 연간 6천억원, 호남권은 연간 3천400억원, 약 1조원의 돈이 인천공항으로 새 나간다.

문제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신공항을 꼭 건설하겠다"던 박근혜정부의 공약(公約)마저 수도권 중심 사고에 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공약가계부 제외 등 현 정부의 신공항 추진 의지가 의심받고 있으며, 신공항 수요조사 용역을 앞둔 국토부는 용역 발주에 앞서 '영남권 5개 시'도가 수요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사전 합의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내걸어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정치적 역학관계'에 휘둘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 출신 대통령의 눈치만 살필 뿐 신공항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 도전에 나선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역시 신공항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수도권 중심 사고 타파와 함께 신공항 건설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지역 리더들의 실천 의지다. 지역의 리더들이 침묵, 모르쇠로 일관해서야 어떻게 지역 발전을 이끌 것인가. 정치적 입장을 떠나 지역민과 국토 균형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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