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은 대부분 선수단 대치 등 험악한 분위기만 조성한 채 마무리되지만 가끔 그라운드의 난투극으로 이어진다. 사실 한국에서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프로선수는 고교'대학 동문이나 서로 촘촘한 선후배 관계로 엮여 순간적 감정 폭발로 말미암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근본적으로는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나친 라이벌의식과 경기를 하다 쌓인 악감정이 빈볼 등 어떤 일을 기화로 폭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지켜보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들이 빚어지곤 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벌이거나 겪은 폭력사태는 어떤 게 있었을까.
1990년 6월 5일 잠실구장(더블헤더 1차전)에서 삼성과 OB 베어스 선수들 간의 충돌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벤치클리어링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 7회초 OB 투수 김진규의 빈볼성 초구에 놀란 강기웅이 2구째 공에 몸을 맞자 배트를 쥔 채 김진규에게 달라 가면서 일은 시작됐다.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온 양 팀 선수들은 둘의 몸싸움을 말리는 대신 서로 주먹과 발길질을 보태 집단 난투극으로 일이 커졌다. 그날 22분간이나 이어진 난투극에 이를 말리던 김동앙 주심이 갈비뼈 골절상을 입었고, 삼성과 OB 선수 6명은 퇴장당했다. 강기웅과 OB 이복근은 형사 입건돼 조사를 받아야 했다.
2001년(9월 18일 마산구장)엔 롯데 외국인 타자 호세의 주먹이 삼성 배영수를 강타,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서 서로 뒤엉키는 일이 벌어졌다. 13승의 배영수와 롯데 에이스 손민한의 선발대결, 그리고 이승엽과 롯데 호세의 홈런왕 경쟁이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를 달군 그날, 일은 7회말 롯데 공격 때 터졌다. 3볼에서 몸쪽으로 향한 공을 피한 호세가 볼넷을 얻어 1루로 걸어나갔다. 배영수는 빈볼성 투구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그런데 배영수가 다음 타자 얀의 옆구리를 맞혔다. 그 순간, 1루에서 있던 호세가 갑자기 마운드로 달려가 배영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오른쪽 관자놀이 부위를 맞은 배영수는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양 팀 선수들은 뛰쳐나와 그라운드에서 서로 뒤엉켰다. 원인제공을 한 배영수와 선수단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롯데는 엄중경고를 받았으나 호세는 '빈볼 당사자가 아니면서 상대투수를 폭행했다'는 죄로 정규시즌 잔여경기(8게임) 출장정지와 제재금 300만 원의 처벌에 처해졌다. 전날까지 출루율과 장타율 선두에다 홈런은 선두 이승엽을 한 개 차로 쫓던 호세는 그 일로 모든 기록을 중단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홈런이 아닌 폭력사태로 신문 스포츠면을 도배한 적도 있었다. 2003년 8월 9일 대구서 열린 삼성-LG전. 8회말 삼성은 이승엽이 LG 장준관의 공에 맞은 데 이어 1루주자 마해영이 병살플레이를 하던 LG 유격수 손시환이 던진 공에 헬멧을 맞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수비방해다 고의적으로 맞혔다는 주장 속에 12대4로 뒤진 LG가 2사 2루에서 대타로 들어선 심성보를 고의 4구로 걸러 보냈다.
공수 교대된 9회초. 이번엔 삼성 투수 나형진이 LG 홍현우에게 몸쪽 볼을 던지다 볼넷을 내줬고, 다음 타자 장재중에게도 초구를 몸쪽으로 붙였다. 장재중의 항의에 라형진은 사과를 했으나 분위기가 진정되지 않았고, 주장인 김한수가 심판과 장재중에게 한소리를 하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LG 쪽에서 서승화가 김한수 쪽으로 뛰어나가자 이를 본 이승엽이 막아섰고 둘은 멱살잡이와 함께 주먹다짐을 했다.
2004년 8월 5일 문학에서 열린 삼성-SK전에서는 빈볼에 흥분한 SK 브리또가 삼성 더그아웃을 습격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7회초 삼성이 크게 앞선 상황에서 보내기 번트를 하자 SK는 기분이 상했고, SK 김희걸은 삼성 양준혁의 무릎을 맞혔다. 7회말 SK 공격 때 삼성 외국인투수 호지스가 3볼에서 4구째를 SK 브리또의 등 뒤로 던졌다. 볼넷으로 나간 브리또는 대주자로 교체된 뒤 위협구에 대한 앙심을 품고 이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잽싸게 삼성 더그아웃으로 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집단 몸싸움을 벌였고, 더그아웃을 난장판으로 만든 5명이 퇴장을 명령받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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