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낮 도심서 콰쾅∼ 실전 못잖은 테러대비 훈련

10일 오후 대구 현대백화점서 실시

테러 대비 긴급구조훈련이 10일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현대백화점에서 실시된 가운데 테러범이 독가스를 살포한 가상 상황에서 시민들이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테러 대비 긴급구조훈련이 10일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현대백화점에서 실시된 가운데 테러범이 독가스를 살포한 가상 상황에서 시민들이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콰쾅, 쾅, 꽝"

10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정문 앞 흰색 차량에서 내린 남성 세 명이 백화점으로 들어가자마자 갑작스런 폭발음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노란색과 흰색 연기가 낮게 깔리더니 순식간에 백화점 앞을 가득 메웠다. 백화점 안에서 손수건 등으로 입을 막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하얀 연기 사이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폭발음과 연기에 놀라 걸음을 멈춘 채 백화점을 쳐다봤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백화점을 상대로 한 테러사건이 발생한 것. 물론 실제상황이 아닌 훈련상황이었다.

대구 중부소방서는 10일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테러에 의한 대형 재난을 대비한 '긴급구조 종합훈련'을 현대백화점에서 실시했다. 중구청과 중부경찰서, 501여단 4대대, 병원 등 17개 기관과 합동으로 열린 이날 종합훈련에는 300여 명의 훈련대원과 소방헬기, 소방차 등 33대의 장비가 동원돼 대테러 진압작전과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 긴급복구 훈련이 진행됐다. 이날 훈련에서 펼쳐진 가상 상황은 신원 미상의 테러범 세 명이 백화점에 침입, 폭발물을 설치하고 독가스를 살포하는 것.

가상 테러가 발생하고 5분쯤 후 경찰순찰차와 경찰타격대, 군작전차가 현대백화점 정문 앞에 나타났다. 방독면을 쓴 경찰타격대는 테러범 진압을 위해 건물 안으로 조심스럽게 진입을 시도했다. 테러범이 도주를 시도하자 백화점 외곽에서 저지선을 형성하던 군인들이 테러범을 향해 수차례 공포탄을 발사, 마침내 테러범 2명 사살과 1명 체포에 성공했다.

테러범이 검거되자마자 다시 귓전을 때리는 굉음이 들렸다. 테러범이 설치한 폭약이 폭발해 대형화재가 발생한 것. 화학분석제독차, 구급차, 방역차와 한국전력, 상수도사업소, 한국통신 등에서 보낸 긴급구조지원기관 차량이 차례대로 도착했다. 도로 위에는 응급의료소, 임시영안소, 현장지휘소 등이 순식간에 차려졌다. 건물 외벽에서는 구조대원 2명이 들것을 이용해 응급 환자 구조를, 건물 위에서는 소방항공대 구조헬기가 구조낭을 이용해 응급 환자를 이송했다. 구조대원의 인명구조 활동이 끝나고 소방펌프차가 출동해 건물 외벽을 향해 거센 물줄기를 발사하면서 화재 진압을 마쳤다.

처음 보는 상황에 깜짝 놀란 시민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훈련 과정을 지켜봤다. 이영덕(27'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테러라는 상상도 못한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얼떨떨하고 훈련을 지켜보면서 테러의 위험성에 대해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 직접 참여한 김다민(22'여) 씨는 "훈련을 통해 도심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겼다"며 "실제 테러가 발생하면 훈련처럼 소방대원의 지휘를 따라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대구 중부소방서 신수균 대응구조과장은 "전국체전과 같은 전 국민의 이목이 대구로 집중되는 때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상황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공조체제 구축을 통한 재난 대처능력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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