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으로 각 계의 절전운동이 진행되고 원전가동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한송전까지 예고되는 가운데 지역 제조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업계는 "생산 현장에서의 절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제한송전이나 단전으로 기기 가동을 중단하면 제조생산이 줄게 되고 이는 결국 매출감소로 이어져 절전으로 얻는 효과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장충길 대구경북기계부품공업협동조합 상무는 "기업 사무실이나 서비스업종 등 생산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절전은 가능하겠지만 제조업체가 생산 라인을 중단하거나 단전, 절전을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현실적으로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섬유업체들은 절전을 하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설비의 가동을 한순간이라도 멈추는 순간 제품 불량은 물론 일부 기기의 손상까지 발생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명규 텍스비전 대표는 "섬유 직기는 한 번이라도 멈추면 불량이 나올 뿐 아니라 회로기판이 고장나 수리까지 해야 한다"며 "염색이든, 방사든, 직물이든 모든 섬유 업종은 절전을 할 수 없는 산업 구조다"고 말했다.
주물'주조 업계도 절전이나 단전을 하기가 힘들다. 한시라도 작업을 멈추면 용광로가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주물업계 한 관계자는 "단전을 통해 제조라인이 멈추면 생산 차질뿐 아니라 다시 가동시키기까지 인력에서 시간, 비용 등 지출이 더 많아진다"며 "생산 현장에서 단전이나 절전을 하라는 것은 차라리 휴무를 하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고려전선 정용호 대표는 "우리는 한번에 3∼4km에 달하는 전선을 일주일에 걸쳐 뽑아야 한다"며 "갑자기 작업을 중단하거나 전기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겨울 전기 사용을 줄이라고 해서 낮 피크타임을 피해 야간에 작업을 해봤지만 이도 역시 작업비용 등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정부와 한전이 내놓는 대책들이 단기적인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이번 원전 사태에도 보면 새로운 원전이 가동 가능할 때까지 일단 면피만 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책을 내놨다"며 "이런 식으로 산업계에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한전의 독과점적인 '갑'의 지위를 이용한 횡포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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