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엄청난 흥행을 하면서 새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게 일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6일 만에 관객 370만 명을 동원했다. 특히 이달 7일에는 관객 점유율 68.6%를 기록하면서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원작인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웹툰이기에 이렇게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영화계에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큰 흥행을 하지는 못했다. 초기 영화들은 대부분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대개가 흥행에 실패했다.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등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포털에서는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웹툰들이 왜 영화에서는 처절하게 외면받은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더 이상한 일은 이후에 일어났다. 강풀 원작의 다른 영화들, 즉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 상반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더 신기한 것은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두 편의 영화 가운데 윤태호 원작의 '이끼'는 흥행에 성공했고, 이종규 원작의 '전설의 주먹'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요즘 자주 만들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충무로에서는 김선아 주연의 '더 파이브'를 비롯해 10편 정도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제작되고 있다. 심지어 웹툰에서 그리는 대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더 웹툰: 예고살인'이 이달 말 개봉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웹툰이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창의력이 가장 뛰어난 매체가 웹툰이기 때문이다. 웹툰은 혼자서 그릴 수 있다. 인터넷에 연재하니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대이니 탁월한 데생 실력을 갖출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만화를 그리던 이부터, 미술을 전공한 이, 문학을 창작하던 이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젊은이가 웹툰으로 몰리고 있다. 강풀을 비롯한 스타 작가들의 등장은 이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 주었다. 독자들도 일주일에 한두 번 업데이트 되는 웹툰을 기다리는 것이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충무로에서 이렇게 인기 있는 웹툰을 영화화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미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원작을 영화화해 큰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왜 가만히 있겠는가?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인기 있는 웹툰의 조회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연재가 끝난 뒤, 웹툰을 책으로 출간해도 판매량이 만만치 않다. 당연히 영화화를 고려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초기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것일까? 그것은 두 매체가 워낙 다른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하는 매체인 웹툰과 달리 영화는 카메라로 촬영해서 '재현'하는 매체이다. 프레임이 한정되어 있는 영화와 달리 웹툰은 자유로운 편이다. 스크롤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보는 웹툰과 달리 영화는 가로로 긴 스크린에서 보기 때문에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과 원칙도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대부분 장편인 웹툰을 100분 내외로 압축하는 것도 수월치 않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강풀 원작의 영화를 보자. 강풀의 웹툰은 결코 영화화하기 쉽지 않다. 먼저 그의 웹툰은 다중 인물을 그리고 있다. 적어도 네 명 이상의 주인공이 각자의 사연을 플래시 백을 포함해 전개하다가, 결말에서 씨실과 날실이 맞물리듯 정교하게 큰 그림으로 종결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면 서사 진행이 어렵다.
대부분의 영화가 두 주인공을 선택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강풀은 많은 독백을 사용하는데, 이것을 대사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초기 웹툰을 영화화한 경우 흥행에 실패한 것은 무리하게 각색을 하려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물의 특징도 살리지 못하고, 웹툰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정말로 단순하게도 웹툰을 거의 그대로 영화화했기 때문이다.
웹툰을 영화화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웹툰의 장점을 살리면서 영화의 장점과 감독의 세계관을 적절히 결합시켜야 한다. 그런데 말은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영화평론가, 광운대 교수 rosebud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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