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부금 내야 주한美軍 '좋은 이웃'?

군부대 출입증 빌미로 거액 기부금 모금 잡음

주한미군이 지역민과 교류를 위해 시작한 '좋은 이웃 프로그램'(Good neighbor program)이 미군 부대 행사 비용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변질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미군 측이 좋은 이웃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주는 출입증을 빌미로 미군부대 행사 비용을 '기부금' 명목으로 거둬들이고 있으며, 일부 사회 고위층 인사들은 골프장 이용을 위해 기부금을 내고 있어 출입증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30년 가까이 미군부대에 출입했다는 A씨는 지난 2011년 130만원가량의 기부금을 대구 주한미군에 냈다. 기부금 명목은 미 육군 창설 기념일 행사와 자선바자회, 골프대회, 한 해 두 번 미군 훈련을 마친 뒤 이뤄지는 빅토리 파티 기부금 등이었다. A씨는 "미군부대에 출입하는 '좋은 이웃'들은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로 골프장 이용이 가능한 출입증을 얻기 위해 기부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주한미군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004년부터 한미 교류 확대를 목적으로 대구 지역민들과 '좋은 이웃'을 맺고 있다. '좋은 이웃'은 미군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이웃이 되면 미군부대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좋은 이웃 출입증'(Good neighbor assess pass)을 받는다. 출입증 만료 기간은 1년이며, 갱신하면 재발급이 가능하다. 이 출입증을 가지고 있으면 부대 내 골프장과 일부 체육시설, 식당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군부대 내 골프장은 평일 6만원, 주말 9만원가량의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별도의 골프장 회원권인 '아너스 멤버 회원권'을 갖고 있으면 평일'주말 상관없이 1만원으로 골프장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골프장 비용이 하루에 20만원 안팎임을 생각하면 미군부대 골프장은 도심 속에서 저렴하게 골프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문제는 '좋은 이웃 출입증'을 신규발급 또는 재발급 받기 위한 과정이다. 미군부대에 따르면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얼마나 한미 간 우호증진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증명하는 서류 제출과 함께 간단한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인터뷰를 통해 한미 간 친선활동과 관련한 기여도를 평가해 '좋은 이웃 출입증'이 발급된다. 현재 미군부대에서 좋은 이웃 출입증을 소유한 사람은 630명 정도다.

20년간 미군부대에 출입하며 아너스 멤버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B씨는 "매년 미군 부대 행사를 위해 수십만원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며 "좋은 이웃이 한미 우호 증진이라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출입증을 미끼로 후원금을 모으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미 육군 창설 기념일 행사 기부금(50만원), 대구'경북 골프대회 찬조 기부금(10만원)을 지불했다.

'좋은 이웃 출입증'을 받은 일부 관계자들은 한미 친선활동 기여도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미군부대 행사에 얼마만큼의 기부금을 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자가 '좋은 이웃 출입증' 관련 문의를 미군부대에 해본 결과 출입증을 받기 위해서는 미군 부대 행사 기부금과 참여 여부, 봉사활동 정도 등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교류 활동 기여도 평가는 골프장 회원권인 '아너스 멤버 회원권'을 발급받는 데도 적용된다. 아너스 멤버 회원권 연회비는 400만원이다. 이 밖에도 기부금 등을 통해 한미 친선 기여도를 증명해야 회원권 발급이 가능하다.

A씨와 B씨 같은 회원 수백 명에게 각 50만원 정도 기부금을 받았다고 하면 기부금만 수천만원이 되는 것이다.

대구 주한미군 제19지원사령부 관계자는 "좋은 이웃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국인들이 친선행사를 후원하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러한 기부는 부대 출입증 발급 시 고려되지 않으며 출입증 발급을 조건으로 금품이나 대가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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