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신암동 동서시장 북쪽 끝의 한 슬레이트 단층 주택. 사람이 살지 않는 이곳의 지붕은 낡아서 군데군데 부서져 있고 유리창은 깨져 있었다. 텅 빈 집안에는 세탁기와 폐 가구, 생활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곳은 곧 헐려서 주민 쉼터인 쌈지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이곳은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주민편의시설로 전환하는 '폐'공가 정비 시범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돼 올해 5월 소유자의 최종 동의를 받았다.
대구 동구청이 빈집 활용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빈집을 공원과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다음 주 철거공사를 시작으로 구체화하고, 빈집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2차 정밀조사도 최근 들어갔다.
동구청은 다음 주부터 폐'공가 정비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빈집에 대한 철거공사를 시작, 주민의 쉼터가 될 공원 2곳(대지면적 308.1㎡, 79㎡)과 공용주차장 2곳(대지면적 255.5㎡, 135㎡)으로 꾸밀 계획이다. 철거에 앞서 석면조사를 마쳤고 현재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석면해체 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이달 21일까지 철거를 모두 마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7월 말까지 조성을 끝마칠 예정이다. 시비(3천만원)와 구비(2천만원)를 합쳐 예산 5천만원을 투입하는 이번 사업은 올 3월 예비대상지 55곳을 선정했고 5월 4곳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동구청은 또 5월 1차 전수조사에 이어 최근 2차 정밀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빈집의 상태와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3등급으로 분류한 다음 각 등급에 적합한 맞춤형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차 전수조사결과 동구 내 빈집은 422곳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암동이 172곳, 신천동이 111곳으로 빈집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신암1동이 94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천3동 53곳, 신천1'2동 40곳, 신암3동 29곳, 신암4동 27곳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422곳 중 29곳의 소유주에게서 빈집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놓은 상태다.
2차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폐'공가 지도'를 만들어 분포도와 위치, 주변 시설물과의 연계 등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빈집의 준공연도와 면적, 인접한 도로 수와 차량 통행량, 인근 빈집과의 밀집도 등 항목을 세분화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간단한 보수만 필요한 '양호', 리모델링 수준의 공사가 요구되는 '노후', 철거만이 방법인 '반파' 등으로 구분해 건물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쉼터, 공용주차장, 텃밭, '작은도서관', 담장 허물기, 벽화 그리기 등으로 꾸며지게 된다.
배헌식 동구청 건축주택과장은 "빈집 대부분이 사유재산이라 정비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소유주의 동의가 폐'공가 활용 사업의 가장 큰 변수"라며 "앞으로 빈집을 수리'정비해 저소득층에게 무상임대하거나 목이 좋은 곳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카페 등 상가로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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