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휘슬블로어

1974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왔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의 제보에서 비롯됐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미 대선이 한창이던 1972년 6월 4명의 괴한이 미 워싱턴 워터게이트호텔에 마련된 민주당 사무실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암호명 '딥 스로트'로만 알려진 이 내부고발자는 사건의 배후에 백악관이 있음을 워싱턴 포스트에 알렸다. 당시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는 100일이 넘도록 이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해 갓 재선에 성공한 닉슨의 사임을 끌어냈다. 이 익명의 휘슬블로어는 30년이 더 지난 2005년에야 당시 미 연방수사국 부국장을 지낸 마크 펠트로로 밝혀졌다.

최근 또 한 명의 휘슬블로어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비밀리에 자국 시민을 포함해 수백만 명의 통화 내역 등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는 내용을 폭로한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다. 스노든은 "아무 잘못이 없는 개인의 통화 기록과 정보를 녹화하고 의심하는 행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 정당성을 정부가 아닌 공공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휘슬을 분 이유를 밝혔다.

익명으로 지냈던 펠트로와 달리 실명의 스노든은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 기밀 유출자로 낙인이 찍혀 범죄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정부가 원전 비리 제보자에게 면책과 함께 최고 10억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50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포상금도 검토했으나 부작용을 우려해 규모를 줄였다고 한다. 원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도 비리 관련자가 '자수하면 선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3명이 자수해 이미 수사를 받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입한 익명 제보 시스템 '레드 휘슬'에도 비리 제보가 쇄도하고 있다. 이번 원전 부품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도 지난 4월 익명의 고발자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전 제어 케이블 위조'를 제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범죄 가담자에 대한 면책을 강조하고 포상금을 내걸면서까지 휘슬을 불라고 독려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원전 비리는 신고 없이 적발하기 어려운 고질적 구조가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익명 혹은 실명의 신고가 그만큼 절실한 시점이다. 원전 안전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휘슬을 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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