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노령견의 기침

날씨 변화가 심하다.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얇은 이불을 덮어야 잠을 잘 수가 있다. 반려견들도 마찬가지다. 야외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은 온도 조절을 위해 여름철에는 잔 솜털을 벗어버리고 긴 털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고 겨울철에는 솜털 같은 속털을 촘촘히 유지한다.

그러나 실내에서 생활을 하는 반려견은 보호자가 온도 조절을 해주어야 한다. 밤에 일정 시간 창문을 열어 놓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창문을 닫거나 담요를 덮어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추위에 떨다가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기침을 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인플루엔자, 신종플루, 파스츄렐라, 세균, 기생충 감염 등이다. 요즘은 대부분 온도차 때문에 감기에 걸린다.

최근 기침을 해 내원하는 노령견이 증가하고 있다. 노령견의 병 진행은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보호자는 노령견이 잘 움직이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활력이 떨어져 그러는구나 하고 그냥 넘긴다. 노령견이 호흡기와 심장질환을 앓게 되면 움직임이 확연히 줄어든다. 늙어서 활동성이 떨어진다고 그냥 무심히 넘기면 질병은 계속 진행돼 나중에 증상이 나타날 때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17세 혼합종 수컷 '사랑이'의 경우가 그렇다. 보호자는 간헐적인 기침을 하고 항상 한 곳에 누워 지내면서 주는 음식을 잘먹는 편이어서 질병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활력이 떨어진 지 2개월 정도 되고 기침을 시작한 지는 조금 더 오래 된다고 했다.

5년 전에 뒷다리 슬개골 탈구로 인한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어 운동을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슬개골 탈구교정 수술은 수술 후 6주 뒤부터는 운동을 시켜야 한다. 물리치료를 병행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30분 정도 운동하면 상태가 좋아진다. 운동이 물리치료를 대신하는 것이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랑이도 수술 후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흡기질환이 왔는데도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다.

방사선검사와 혈액검사를 해보니 심각했다. 방사선 사진에서 폐가 40% 정도만 남아 있고 다른 부분은 전부 무기폐 상태였다. 보호자에게 진단 결과와 치료방법, 예후 등을 설명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보호자는 눈물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암컷 9세 그로넨탈견종이 내원했다. 1개월 전에 집에서 통닭을 시켜 먹고 뼈를 주었는데 구토를 하고 3일 전부터는 먹지 않고 기침이 심해졌다고 했다. 방사선 사진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방사선상에 좌측 폐가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기침이 심해 객담을 받아 세포검사를 하니 출혈이 진행되고 있었다.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니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처럼 노령견은 보호자의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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