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 세상 별난 인생] 구미아트문화센터 김훈배 원장

오전엔 봉사, 오후엔 강좌 "종일 음악과 살죠"

김훈배(59) 구미아트문화센터 원장은 나이를 잊고 산다. 온종일 음악과 함께 봉사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음악은 하늘이 주신 재능이다. 그래서 이웃에 아낌없이 '재능기부'를 한다. 그는 청소년과 환자들을 찾아간다. 그들에게 피아노 연주로 잔잔하게 심신을 달래주기도 하고 우쿨렐레와 기타로 사랑의 음악을 선물한다. 그는 음악에 사랑을 담은 자연을 입혀 서로 나눠 가지는 '자연 음악인'이다.

◆나는 음악 배달부

이달 4일 오후. 구미시 공단동 구미평생교육원 302호실. 청아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30~60대 주부 20여 명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강사는 김훈배 구미아트문화센터 원장이다. 김 원장은 "이제 오카리나를 시작한 지 4주 정도 된 주부반"이라며 "아직 서툴지만, 가곡 몇 곡쯤은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뒷자리에서 열심히 오카리나를 연주하던 손경숙(51'구미시 상모동) 씨는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소리가 맑고 예쁜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며 "김 선생님이 음악의 이론과 실기를 잘 가르쳐 주셔서 악보를 전혀 읽을 줄 모르는 사람도 곧 익숙해진다"고 자랑한다.

김 원장은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가슴은 20대 열정을 가졌다. 그의 하루는 바쁘다. 오전에는 음악봉사활동을 한다. 구미지역 3곳의 아동센터를 방문해 음악을 가르친다. 요일별로 나눠 병원과 노인요양시설, 노숙인 쉼터 등을 찾아가 라이브콘서트를 펼치며 '음악 치료'를 해준다.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가정형편으로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우쿨렐레와 오카리나 등 악기를 싸들고 찾아가 무료지도를 해준다. 오후부터 밤늦게까지는 평생교육원 등에서 음악강좌로 돈을 번다. 2001년 자신이 만든 '구미케어봉사단' 등 '돌봄 봉사'도 13년째 계속하고 있다. 구미지역 다른 봉사단체와 함께 '나눔과 베풂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종합 음악인 가족

김 원장은 지휘가 전공이다. 고2 때 교회에서 지휘를 맡을 정도로 음악성은 타고났다. "초등학교 5학년 봄소풍 때 학년 대표로 노래를 불렀더니 교감 선생님이 '훈배가 노래를 너무 잘해 나물 캐던 아줌마가 오줌을 싸서 이 저수지의 물이 불어났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격려를 해 준 것이 평생 음악인으로 살게 됐다"고 밝힌다. 종교음악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는 합창지휘를 전공했다. 부인 강원분(55) 씨는 피아니스트다. 총신대학교 음악과(피아노 전공) 졸업 후 숙명여대 음악치료 대학원을 졸업했다. 아들 김찬(구미아트문화센터 기획실장) 씨도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는 등 가족 모두가 음악인이다.

그의 결혼 스토리도 유별나다. 부인과의 인연은 교회 찬양대 지휘자와 반주자와의 만남이었다. 1982년 구미상모교회에서 11월 11일 오전 11시 11분 11초에 목사가 이들의 결혼식 시작을 선언했다. "결혼식 날짜를 11월 11일 오전 11시로 정하고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드렸죠. 날짜가 11월 11일이니까 이왕이면 11시 11분에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결혼식 날 신부가 화장이 늦어져 11시 10분쯤 식장에 도착했고 목사님이 11분 11초에 딱 맞춰 결혼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사실 우리 부부가 요즘 말하는 '빼빼로데이'의 원조"라며 웃는다. 음악인으로 만난 이들 부부는 평생 음악으로 봉사하며 가르치는 길을 걷고 있다.

◆자연과 접목한 음악인

김 원장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감성'을 지닌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조용조용한 말투와 다정한 눈빛,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엿보인다.

그는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통해 위로해 주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구미 송정동 우방1차아파트 상가 '구미아트문화센터'에서 청소년들에게 '난타'를 가르친다. "마음껏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리듬을 몸으로 느끼면서 정서를 순화하는 치료요법"이라고 설명한다. 난타 전국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난타 지도자를 양성해 각급 학교에 파견하고 있다. 노후는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경상북도 농민사관학교도 수료했다. 경상북도환경연수원의 자원봉사 교사와 자연환경해설사 활동도 한다. "산은 깊으면 깊을수록 더욱 좋습니다. 그 속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자연의 순수함만이 남아있을 것이니까요." 그는 자연 속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려 음악을 하며 순수한 어린이의 감성으로 살아가기를 소원한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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