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성조숙증

가족력·환경·비만 등이 원인…관련 호르몬 억제 약물로 치료

아이가 또래보다 조숙하다는 말은 덕담이기도 하지만, 신체적인 측면에서는 걱정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사춘기는 여아의 경우 10~11세에, 남아의 경우 12~13세에 시작된다. 이때는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며 성장촉진이 이루어진다. 이전에는 키가 매년 4.5~5.5㎝ 자라던 아이가 6~12㎝ 정도 자라게 되어 여아는 14~15세에, 남아는 16~17세에 성장이 완료된다.

그러나 여아에게 8세 이전, 남아에게 9세 이전에 사춘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성조숙증의 진료 건수가 17배 이상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왜 나타나고, 치료는 어떻게 할까?

◆원인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가족력(부모가 일찍 사춘기를 겪음), 저체중아로 출생한 산과력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환경적 요인으로는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비만, 내분비계 교란물질(환경호르몬 접촉), 야행성 활동으로 인한 멜라토닌 감소, 가정불화나 가정해체 등의 스트레스, TV 및 인터넷 등의 성적 자극 환경에 노출 등이 있다. 이 중 환경적 요인이 성조숙증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산업의 발달에 따라 인위적으로 생성·방출되는 화학물질이다. 예를 들면 쓰레기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장난감과 플라스틱 성분의 프탈레이트, 베스페놀A, 가축사료에 사용되는 성장촉진제 등이다.

성조숙증은 진성과 가성으로 나눌 수 있다. 진성 성조숙증은 완전한 사춘기 형태를 나타내며 시상하부 뇌하수체 성선축의 조기성숙이 다른 원인 없이 특발성으로 오는 경우이다. 여아의 성조숙증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2차성으로 뇌종양이나 뇌의 선천성 기형, 수두, 뇌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방사선 조사에 의해서도 초래된다. 남아의 경우 2차성이 많다.

가성 성조숙증은 부신이나 난소 등 말초 신체기관의 종양 등에서 성호르몬이 분비되며 불완전한 사춘기 형태를 나타낸다. 진성 성조숙증은 같은 성의 증상이 빨리 나타난다. 반면 가성 성조숙증에서는 남아에서 여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아에서 남성의 증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처음에 불완전하던 사춘기 발달이 완전한 진성 성조숙증으로 발달되는 혼합형도 있다. 사춘기 발달의 일부만 나타나는 변이 형태도 있다. 유방 조기 발육, 음모 조기 발생, 조기 생리 발현 등이 이런 유형이다.

◆진단과 치료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우선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다. 또 ▷성장속도 ▷유방의 크기 ▷고환의 크기 ▷음모와 액모의 정도 ▷머리 냄새 ▷여드름 ▷감정 상태 등을 관찰한다. 왼손 손목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뼈 나이를 보고, 호르몬 검사를 한다. 남아와 6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 여아에서는 뇌하수체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이 필요하고, 골반 초음파나 고환의 초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조숙증은 어떻게 치료할까? 성선 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약제를 4주마다 주사한다. 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중추성 성조숙증 ▷예측 키의 감소 ▷정신적인 또는 감성적인 면을 고려하고 생리 처리가 문제되는 지능저하, 장애아 등이다.

주사 치료를 받으면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2차 성징이 쇠퇴되거나 진행이 중단되고 골성숙이 저지되는 효과가 있다. 즉 사춘기 진행이 되지 않아 성장기간이 연장되어 최종 성인 키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난소 모양이나 기능을 정상화하고 유방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아이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특히 키 성장을 원한다면 성장호르몬을 같이 투여하기도 한다.

뼈 나이를 기준으로 여아는 12세, 남아는 14세 되면 치료를 중단한다. 치료를 중단하면 2차 성징이 진행되고 키도 빨리 자라며 평균 1년 6개월 후에 생리를 하게 된다. 물론 약물치료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성조숙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도움말·김흥식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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