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우승 조련사 최자영 감독, 보디빌더 2년차 이원현 군

"녹슨 쇠막대기에 시멘트 매달고 연습" "이제부터 진짜…세계 이름

우승 조련사 최자영 감독과 보디빌더 2년차 이원현 군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우승 조련사 최자영 감독과 보디빌더 2년차 이원현 군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인체 구석구석을 둘러싼 근육을 극단적으로 끄집어내는 운동인 보디빌딩. 우람한 건강미에 찬사가 쏟아지지만 보디빌더로 산다는 것은 극한의 자기 인내가 없인 불가능하다. 미세한 근육 하나를 도드라져 보이게 하려면 수만, 수십만 번의 반복된 동작으로 아령을 들어야 하고, 혹여 근육에 지방이 묻힐까 봐 먹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보디빌더의 삶은 인내와 노력 그 자체다. 최자영(61) 대구시청 보디빌딩팀 감독은 전국체육대회에서 8번이나 팀 우승을 이끈 명조련사다. 그는 선수를 보는 안목과 함께 극한의 도전에 나선 선수들이 포기 대신 희망을 품으며 역경을 이겨내게 하는 '마술사' 같은 선수 조련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원현(19'서부공고 3년) 군은 패기 하나로 그 힘든 길을 가겠다며 나선 젊은이다. 뭐 하나 특별히 열심히 해본 것 없었다는 그가 지난해 5월 바벨을 들고는 처음으로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원현 군은 베테랑 감독에게 궁금한 게 너무나 많았다.

보디빌딩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최자영 감독(이하 최 감독)=중학교 때 유도를 했다. 우연히 길을 가다 '육체미 체육관'이라는 간판을 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했고, 그때부터 아령을 들었다. 처음엔 유도를 잘 하려고 시작한 보조 운동이었다. 당시엔 유도'레슬링'씨름을 하는 선수들이 힘을 기르고 체형을 가꾸려 육체미 체육관을 찾았다. 6개월 만에 첫 대회에 출전했고, 고3 때에는 미스터대구대회 1위, 미스터코리아대회서는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용인대 유도학과에 진학하면서 잠시 보디빌딩과의 인연을 접었다.

▶이원현(이하 원현 군)=태권도, 축구 등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 그러다 고교 2학년 때인 지난해 5월 학교 보디빌딩 감독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바벨과 아령을 들고 씨름하면서 몸에 곧바로 변화가 왔고, 이거다 싶어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태어나서 무슨 일이든 한 가지에 몰입한 적이 없었는데 보디빌딩은 잠시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보디빌딩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데

▶최 감독=1970년대 초'중반만 해도 보디빌딩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개념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육체미'라 쓰인 간판처럼 그땐 몸의 균형을 잡고 단순히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이었다. 지금은 체형 가꾸기와 다이어트로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을 단련하는 건 같지만 지금에 와선 목적이 더욱 뚜렷해지고 운동기구나 트레이닝 방식도 더욱 전문화됐다. 예전엔 틀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원통형 바벨에 쇠막대기나 파이프를 끼워 넣은 역기를 들었다. 누워 들다 보면 가슴 부위에 녹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원현 군=요즘은 기본적인 역기나 아령 외에도 각종 부위별 운동기구가 웬만한 체육관엔 다 갖춰져 있다. 샤워시설은 물론 쉴 공간에도 잘 꾸며져 있다. 몇 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배에 왕자를 새긴 일명 식스팩이 유행하면서 보디빌딩은 전문적 선수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건강을 다지려는 일상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대회 준비과정이 쉽지 않다는데

▶원현 군=대회를 앞두고는 3개월 전부터 식이요법에 들어간다. 근육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려면 지방이 많아서는 안 된다. 닭가슴살 등 지방질이 없는 고기를 먹고, 채소 위주로 식단을 짠다. 운동은 평소엔 큰 근육을 만들고 대회가 다가올 땐 세밀한 근육 단련에 열중한다. 구릿빛 몸을 만들려고 수시로 오일을 바른 채 일광욕을 하고 선탠기로 피부를 그을리기도 한다. 시합 직전엔 크림이나 스프레이를 뿌려 심사위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주려 한다.

▶최 감독=기구 못지않게 먹는 것, 대회준비까지 많은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했다. 예전엔 지금처럼 체급별로 나눠 대회가 진행되지 않은 대신 168㎝를 기준으로 장'단신부로 나눠 근육의 세밀함보다는 근육의 굵기를 중요시해 순위를 가렸다. 중량을 들고, 팔과 다리 근육을 줄자로 재 점수를 매겼다. 음식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먹을 게 귀한 시절이라 운동 뒤엔 가리지 않고 음식을 섭취했다. 겨울엔 대나무로 비닐을 씌워 그 속에 들어가 몸을 태웠다.

앞으로의 각오는

▶원현 군=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을 넘었다. 매일 변하는 몸을 보며 신이 났다면 앞으로는 보디빌더로서의 진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1년 만에 변한 몸을 보고 친구들이 부러워하면서 자기도 따라하겠다고 나설 땐 뿌듯하다. 예비운동과 본운동, 유산소 운동 등 하루 6시간의 운동을 충실히 소화해 전국체전서 일단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나중에는 한국을 대표해 세계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최 감독=보디빌딩은 장점을 부각하는 게 아니라 단점을 없애는 운동이다. 편식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운동만 해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다. 김형찬이라 선수가 있었는데 참 열심히 했다. 그러나 손목과 발목이 약해 대회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75㎏급이었는데 고민 끝에 5㎏을 감량하자 했더니 운동을 그만두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근육량 증가로 몸무게를 줄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갖 노력으로 체중을 낮췄고 그 후엔 대회에 나가서 그 체급에서 1인자가 됐다. 2004년 전국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6회 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5년 아시아대회 은메달, 2009년 카타르서 열린 세계대회에선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로 이어졌다. 선수를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그 선수의 특성을 파악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야말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자영

용인대 유도학과를 졸업한 유도공인 7단이다. 1997년 대구시청 보디빌딩팀을 창단해 지금까지 전국체육대회 8회 종합우승과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회 연속 종합우승을 빚어냈다. 2012년 대구시 문화상, 2009년에는 대한민국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세계보디빌딩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

◇이원현

서부공고 3년. 2012년 5월 보디빌딩을 시작했다. 63㎏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85㎏으로 늘었다. 그만큼 근육량이 증가했다. 4월 28일 미스터대구대회서 고등부 1위(75㎏급)를 차지한 데 이어 미스터코리아대회서는 3위에 올랐다. 성실하고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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