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 기술 놀라운 발전" 섬유 원조 대구 아성 '흔들'

세계 섬유기계 1천여 업체 참가 '상하이텍스'…주요 부스 중국 기업들

일성기계공업 직원이 관람객에게 자사가 전시한 대형 건조기를 소개하고 있다.
일성기계공업 직원이 관람객에게 자사가 전시한 대형 건조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달 10~13일 중국 상하이신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제16회 상하이국제섬유기계전시회(SHANGHAITEX'상하이텍스)에 세계 섬유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번 전시회는 각국 1천여 개 회사가 참가해 섬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25개 사가 참가한 우리 섬유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쫓아오는 중국의 기술에 놀라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한국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삼 중국 업체들의 기술 발전에 새삼 놀랐다. 국내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불과 10년 전에는 예상치도 못한 일이지만 일부 핵심기술을 빼고는 한국 기술력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국 업체들의 제품들을 보면 디자인이나 작동 수준 등 여러 면에서 한국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규모가 큰 전시회 부스도 상당수 중국 업체들이 차지해 방문객들을 맞았다.

경산에 있는 동신정밀 최상원 과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거 중국과 합작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레 기술이 유출됐고, 중국 섬유시장이 커지면서 섬유기계 또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국 섬유기계 업체들이 최근 들어 우리나라 전시회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업체들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섬유기계협회 문승옥 상무는 "이런 추세로 가면 중국의 섬유기계 기술이 한국을 추월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산학연 중심의 공동 기술개발과 수출 다변화 등 마케팅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지역 업체들 '얼굴 알리기'

중국은 한국 섬유기계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어서 이번 전시회를 바라보는 한국 업체들의 기대는 뜨거웠다. 이번 전시회에는 대구 8개, 경북 6개 업체 등 지역에서 총 14개 업체가 참여했다. 경산의 동신정밀 최상원 과장은 "중국에는 워낙 가짜가 많다 보니 한국 업체의 제품을 직접 보지 않으면 잘 믿지 않는다"며 "얼굴을 알리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섬유를 짜는 데 필수 부품인 바늘을 제작하는 동신정밀 부스에는 동남아나 남미, 중동 바이어들이 많이 찾았다.

구미의 일성기계공업은 대형 건조기를 전시해놓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업체는 시가 4억~5억원 상당의 건조기를 배편으로 운반해 전시했다. 일성기계공업 하병훈 부장은 "우리 회사는 50년 역사를 가진데다 우리가 만드는 건조기는 도시가스를 열원으로 사용해 열효율과 내구성이 탁월해 해외에서도 알아준다"고 했다.

한국섬유기계협회는 상하이텍스가 열릴 때마다 우리나라 업체들을 모집, 참여하고 있다. 전시회 참여는 해외시장 개척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는 해외 진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

한국섬유기계협회 문승옥 상무는 "섬유기계는 대구경북 지역이 원조지만 5, 6년 전부터 수도권 업체들의 매출이 지역 업체의 매출을 넘어섰다"며 "기술력을 키우지 않으면 지역 업체들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눈길 끈 '디지털 프린팅 기계존'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상하이텍스는 10만㎡의 전시장 규모에 각국 1천여 개사가 부스를 꾸며 제품과 기술 홍보에 열을 올렸다. 대구 엑스코 신관(1만2천㎡) 면적의 전시관 9개가 사용돼 집채 만한 기계에서부터 작게는 손톱만 한 바늘까지 섬유 제작 라인에 필요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디지털 프린팅 기계존'이었다. 디지털 섬유 프린팅 기술(DTP)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추세에 맞춰 올해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DTP 존을 꾸몄다.

엡손, 코니카, 미놀타 등 세계적인 DTP 기업들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잉크제트 프린팅 분야의 강소기업 디지아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지아이 제품은 자동으로 순식간에 정밀한 문양을 그려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섬유기계협 문 상무는 "DTP는 다양성과 빠른 인쇄, 저비용, 환경친화성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2015년쯤에는 섬유 프린팅 시장의 15%가 디지털로 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상하이텍스

중국 상하이신국제전시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섬유기계 전문 전시회로 1984년 첫 개최 이후 격년으로 열리고 있으며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중국이 섬유산업 중심 국가로 부상한 가운데 전 세계 섬유기계 및 섬유패션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가하는 아시아 대표 전시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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