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어느 이등병의 편지

어느 이등병의 편지/문형렬 지음/다온북스 펴냄

이 소설은 사라지는 것들에게 바치는 청춘의 노래다. 소설은 1970년대 후반, 동부전선의 전방부대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의 분신과 같은 화자 하길오, 하길오와 고향 친구이자 입대 동기인 황동수, 그리고 선임하사 지중삼, 소대장 조 중위, 군수장교 백중기, 술집 주인 포 영감, 금옥이, 금출이, 계순이 등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 소설에서 하길오라는 인물은 화자이면서 동시에 1970년대 후반 동부전선에서 군 생활을 했던 작가 문형렬 그 자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황동수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존재를 통해 어두운 청춘의 시절을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으로 바꾸어 놓았다.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군대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얽히며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처음 이 소설을 시작했을 때가 신군부 정권 시절인 1982년이었다. 게으름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30년이 되어서야 그 시절 병사들의 일기를 끝마쳤다"고 했다.

이 소설은 같은 제목의 노래를 남기고 떠난 가수 김광석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가가 전하는 김광석과의 추억담이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 가수 김광석과 심야 생방송을 마치고 나면 같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곤 한 적이 많았다. 그때 나는 어느 이등병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고, 김광석은 소설책이 나오면 기념으로 자신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세상에 없다. 사라지는 것들이 사람과 그리움뿐이겠는가?"

작가는 고령 출신으로 영남대와 계명대 대학원을 나와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와 소설에 당선됐고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는 시와 소설이 당선된 화려한 이력도 갖고 있다.

247쪽, 1만2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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