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과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비하는 것은 현대 비즈니스의 정석이다. 무엇보다 전문 기술은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동력이다. 하지만 변신과 사업 운도 기업의 미래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기업에 있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모험이기도 하다.
기술이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은 사례로 종종 '코닥'을 꼽는다. 미국 온라인 미디어 허핑턴 포스트는 최근 스티브 새션이라는 발명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코닥 응용연구실의 기술자였다. 1973년 전하결합소자 기기 신모델 개발 지시를 받은 그는 1년 후 역사적 발명품을 내놓는데 바로 디지털카메라다. 1880년 창업한 코닥은 당시 세계적 장수 기업으로 필름 업계의 1인자였다.
디카 발명 이후 코닥은 수년간 디지털 이미지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경영진은 필름 매출 감소를 우려해 변신을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러다 공들여 개발한 신기술도 후발 업체에 밀리고 필름 사업을 망치는 독이 되면서 코닥은 결국 2012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반면 삼익THK는 일시적인 외도가 기업을 살린 좋은 예다. 1960년 대구에서 삼익공업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공업용 줄 생산 업체다. 1970년 회사 이름도 삼익줄공업이었다. 그런데 1972년 뜬금없이 쌀통을 만들었다. 새 사업을 고민하던 중 당시 일본에서 뜨던 쌀통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삼익쌀통'으로, 1970년대 히트 상품이다. 배우 이효춘이 등장하는 TV 광고로도 유명한데 뒤주나 쌀독이 전부이던 시절 철제 쌀통으로 대박을 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수 기업의 공통점으로 한 우물을 파는 전문성을 꼽는다. 경북광유나 풍국면, 남선알미늄, 삼화간장 등은 대표적 한 우물 기업이다. 하지만 코닥의 사례에서 보듯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변신이다. 50년이 넘는 향토 장수 기업 23곳 중 하나인 삼익THK는 현재 굴지의 산업 자동화 전문 기업이지만 한때 '쌀통 외도'가 도약에 큰 밑거름이 됐다.
어저께 달서구 월암동 삼익THK 본사에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가 방문했다. 50년 넘게 독일에 '줄'을 수출하고, 창업 2세 진영환 회장이 한'독교류협회장을 맡는 등 인연이 깊어서다. 기술과 변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삼익THK의 성공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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