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2일 의원총회에서 "이제까지의 남북 관계는 모두 굴종이었다는 듯 말한다면 이런 식의 접근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가 남북 당국 회담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과거(김대중'노무현정부)처럼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 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한 반격이다.
김 대표의 말은 결국 김대중'노무현정부 때의 남북 관계가 (남한의) 굴종이 아니었다는 것인데 여기에 동의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선 김대중 정권은 남북 정상회담을 돈으로 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5억 달러를 송금했다. 정상회담은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에 돈이 개입된다는 것은 결국 돈을 주는 측이 뭔가 아쉬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굴종이라 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남(南)이 그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임기 종료 4개월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해 2차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때 현금을 주지는 않았지만 최대 116조 원이 들어가는 48개 남북 공동 사업을 합의하고 돌아왔다. 이렇게 해서 김대중'노무현정부 동안 북한에 퍼준 돈은 미국 해리티지 재단의 추산에 따르면 현금, (인도적) 지원, 개발원조 등을 합쳐 69억 5천만 달러(약 7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퍼주기'로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김대중 대통령은 5억 달러짜리 정상회담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돌아온 것은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2004년 미국 방문 중 LA에서 "북한 핵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만한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옹호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저자세는 돈과 식량 등 북한에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정작 비핵화나 미사일 개발 중지 등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북에 끌려다니게 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국민은 김 대표의 말대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김 대표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기존의 남북 접촉에서 북은 '갑'이고 남은 '을'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틀(frame)을 깨지 않는다면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할 수 없고, 따라서 건전한 남북 관계 정립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김 대표는 굴종이란 표현에 발끈할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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