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수원의 일괄 사표, 면피성은 안 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의 1급 이상 간부 전원이 최근 원전 부품 성적서 위조 사건에 책임을 진다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를 제출한 1급 이상 간부는 한수원에 179명, 한전기술에 69명이 있다. 원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일괄 사표 제출은 면피용 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수원 1급 간부들은 지난해 11월 품질 검증서 위조 사건이 터졌을 때도 전원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수리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당장 블랙아웃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이들의 일괄 사표 제출이 일시적인 책임 모면용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원전 비리 사건에서 한수원은 위조 검증서를 사용한 불량 부품을 최종 검수하고 원전에 설치해 원전 가동 중단 사태를 몰고 온 직접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한전기술도 부품 검증 업체가 위조한 시험 성적서를 승인해 납품에 이르게 한 잘못이 크다. 국민을 핵 사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심시켜야 할 한수원이 오히려 국민들을 핵 사고의 위협으로 몰고 갔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한수원의 전과는 화려하다. 지난해 7월엔 직원 납품 비리가 적발돼 모두 31명이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어 11월에는 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 사건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올 들어 원전에 불량 부품이 전방위적으로 사용된 사실이 또 드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는 그동안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급기야 한수원과 한전기술 등은 일괄 사표와 함께 2급 이상 간부 대상 재산 등록, 모든 직원의 회사 업무 관련 협력 업체 비상장 주식 보유 금지 등 대책을 내놨다. 또 2급 이상 퇴직자는 협력 업체 재취업을 금지하고 비리로 해임되는 직원의 퇴직금을 최대 30% 삭감하는 안도 제시했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검사 8명을 투입, 대대적인 수사를 펴고 있다. 한수원 간부들은 실효성도 없는 일괄 사표 제출이라는 그늘 아래 숨을 일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비리의 책임자를 가려 낼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간부들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면 된다. 지휘선상의 잘못이나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이 또한 스스로 가려내 잘잘못을 인사에 반영하면 된다. 국민들은 한수원 간부들의 쇼보다는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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