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돈벌이 수단 된 시민구단 대구FC

14일 밤 대구스타디움에서 참으로 이상한 축구경기가 열렸다.

대회를 주최한 한 언론사가 지역의 기관'단체에 사실상 표를 '강매'해 베푼 선심성 국제축구대회였다. 이날 경기는 K리그 클래식에서 전반기 내내 1승도 하지 못한 채 꼴찌에 자리 잡은 대구FC와 일본프로축구 J1리그에서 최하위권인 15위를 달리는 사간도스의 경기로, 축구 팬들의 주목을 끌 요소가 없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입장권을 직접 구입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다수가 학생인 관중석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10여 명에게 확인했으나 돈을 주고 표를 샀다는 관중은 거의 없었다.

회사 수익사업으로 이 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표를 구입한 관중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그에 대한 답은 어처구니없는 강매에 있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기자는 이 경기의 입장권 45장을 공짜로 받았다. 지역 한 단체장에게서 40장을 뭉텅이로 받았고, 대구시 공무원으로부터 5장을 얻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표를 구입했지만 버리기 아까워 주위 사람들에게 표를 나눠 줄 것을 기자에게 부탁했다. 표를 구입한 한 단체의 인사는 언론사란 '갑'의 횡포에 어쩔 수 없이 표를 구입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입장권은 대구'경북지역 기관'단체에 무더기로 팔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 한 부서는 500장(1장 1만원으로 500만원 어치)을 할당받았고, 직원들이 나눠 구입하거나 다시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지역의 한 단체는 500장을 구입했다. 이 단체는 표를 처리할 방법이 마뜩잖아 대학을 찾아 뿌렸다. 한 단체는 300장을 받아 산하 단체에 다시 할당했다는 것. 주최 측은 지역의 사회단체가 상당수 표를 구입, 사회 불우시설에 전달했다고 공공연히 자랑했다.

게다가 자치단체 일부에서는 업무추진비로 표를 구입,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와는 아무 연관성이 없는 곳에 돈을 쓴 것이다. 대구FC와 관련 없는 경상북도도 이번 강매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회 주최 측은 상식 밖의 일로 축구팬들을 의아스럽게 했다. 이 경기의 입장권과 대회홍보 플래카드에 담긴 대구FC의 엠블럼이 예전 것이었다. 엠블럼은 축구단을 상징하는 팀의 얼굴이다.

경기 후 펼쳐진 불꽃놀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스타디움 관계자는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에 구단의 감독이 바뀌고 구단 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해 놓고 있는 마당에 어떤 의미의 축하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FC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은 이 대회 때문에 연습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이틀 후인 16일 K리그의 자선 경기에 나서야 하는 등 팀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불평했다.

시민들에게 스포츠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사가 해야 할 일이다. 지역 언론사들은 해방 후 출범 초기부터 숱한 스포츠 대회를 지역에 유치, 시민들의 욕구에 부응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시민들의 염원과 자연스런 흥행이란 두 가지 조건이었다.

지역 기업과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내 탄생한 대구FC가 특정기업의 순수하지 못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대구FC를 상품으로 하는 축구대회는 대구시 주최로 투명하게 열려야 한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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