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의 계절 여름이 다가왔다. 건강 마니아들과 미식가들은 방송과 인터넷 정보 속 풍문을 찾아다니며 기력과 정력을 왕성하게 해 줄 음식에 열광한다. 이와 같이 보양이라 하면 당연히 음식을 생각한다. 그러나 보양(保養)이라는 사전적 풀이를 살펴보면 '몸과 마음을 휴양하여 건강을 보전하고 활력을 기름'이라고 되어 있다. 즉 보양이라 함은 육체적 건강과 활력뿐만 아니라 '마음의 휴양' 즉, 정신적 건강 또한 길러주는 것이 보양인 것이다.
무병장수는 인간 최고의 욕망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이 빠져버린 무병장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보양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어도 정신과 마음이 지쳐 있으면, 입안에선 모두 모래알이다.
인간의 육체는 정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를 위하여서는 무엇보다 나의 정신과 마음이 안정되어야 한다. 가짜 약을 투여하더라도 환자가 모른다면 진짜 약만큼은 아니어도 효과를 나타내는 '플라시보 효과'와 같이 우리의 육체는 어떠한 약물이나 음식물 같은 유기질보다 정신이 우위에 있다.
그러므로 이번 여름철 보양으로 남들 다하는 음식을 찾기보다 우리의 정신을 맑고 시원하게 하는 보양을 궁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귀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정신과 마음을 길러주는 보양의 방법 중에 최고의 덕목이 바로 '절제'이다. 절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다하지 않고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하는 것이다. 여름철 지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돈과 물질만큼이나 사용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 마음과 정신의 낭비이다. 생산적인 집중은 아름다우나, 웬만한 세상잡사에는 삼복더위 여름날 너무 집착하지 말자.
조선 중기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 선생은 "모든 일을 자신의 역량에 맞게 하면, 오래하여도 어그러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듯이, 내 정신도 그 사용에 제한이 없다 하여 무작정 풀어놓지 말아야 한다. 돈과 마찬가지로 내 정신에너지의 역량을 잘 헤아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쓰는 지혜를 발휘하여 일상의 정신적 피로함을 줄여주는 것이 여름철 보양의 제일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단순함을 권하고 싶다. 성호사설을 지은 실학자 이익 선생은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고, 나에게 이로운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 말씀을 가만히 음미해보면 세상사를 처리하는 단순함의 미학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세상사 이것저것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내 할 일만 한다는 말이다.
몇 년 전, 어느 사찰 주지 스님이 신년 TV인터뷰 중, 아나운서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가만히 생각해보고 해도 될 일이면 하고, 아니면 안 하는 것"이라고 한 대화가 생각난다. 두 분의 말씀 모두 단순하다. 그런데도 어떤 웅변보다 강하게 다가선다.
우리도 이 찜통더위 속 단순해져야 건강해진다. 우리의 하루 일상을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망상과 잡념, 그리고 욕심이 드나들며 정신과 마음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지, 하루라는 일상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 매일 매일 기적 같은 맑은 아침을 맞이하고, 자신의 일로 묵묵히 하루를 보내고 잠드는 너무나 단순한 그러나 위대한 하루 일과를 보내면, 이 한여름 분명히 건강한 계절이 될 것이다.
삼복더위 건강을 위한 보양의 마지막 방법으로 소박함을 권하고 싶다. 여름철 의식주는 소박한 것이 좋다. 옷도 차려입기보다 우리 몸이 여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편안하게, 먹는 것도 소식 위주로 간단하게 하여 신체의 생체리듬에 부담을 덜어주고, 주거도 청결하면서도 늘 환기가 잘 되도록 꾸밈이 없는 형태가 좋다. 이렇게 주위가 복잡하지 않고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으면, 사람의 정신 또한 차분하게 정화된다.
이러한 소박함들의 가치는 사실 동적이기보다 정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음의 기운이 강하고, 뜨거운 여름은 양의 기운이 강한 계절이다. 뜨거운 양의 기운 속에 나 자신을 소박함이라는 음의 기운으로 잘 다스리는 것 또한 삼복더위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좋은 보양이 될 것이다.
변준석/대구한의대 의료원장 bjseo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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