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美에 고위급 회담 제의…국제사회 압박 회피 노림수?

"북한 행동 보고 평가" 백악관 대변인 부정적 반응

남북당국회담을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아 무산시킨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에 북-미 당국 간 고위급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북한은 16일 오전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중대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미(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방위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 국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치적 과제"라며 '비핵화'를 의제로 삼을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북미고위급회담 제의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북핵 공조 등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와 국제사회의 압박을 회피하기 위한 노림수란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이틀여 앞둔 시점에 남북당국회담을 전격 제안했다가 무산시킨 지 닷새 만에 다시 북미 간 고위급회담을 제의한 것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 기류를 의식한 유화 제스처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유화 제스처는 지난달 일본 정부 특사의 전격적인 방북을 받아들이고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특사로 보냈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북핵 불용' 의지만 재확인하는 등 냉대를 받은 데 이은 것이다.

북한은 6일 우리 측에 남북당국회담을 전격 제의했다가 무산시킨 데 이어 러시아에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가세로 '비핵화'에 대한 국제공조가 가시화되는 상황이 현실화되자 북한이 대대적인 대화 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중국을 방문, 시 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가지게 되자 북한이 초조감을 못 이겨 대화 제의에 나섰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미중' 공조에 이어 '한중' 간에도 북핵 등 대북 정책에 있어서 공조 관계가 형성될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대화를 선호하며 북한과 대화 라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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