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현명한 바보

생소하지만 유럽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많다고 놀림받는 지역이 여럿 있다. 그리스의 보이오티아와 영국의 고담, 독일의 슈바벤, 네덜란드의 캄펜 등이 그런 경우다. 그 지역민들은 펄쩍 뛸 얘기지만 고담식 농담이나 슈바벤식 농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보 동네'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고담은 옛 이야기에서 바보들만 사는 마을 이름인데 영국 뉴캐슬 지방의 속칭이다.

가령 이런 농담이 있다. 캄펜 시민들이 교회를 지었는데 종탑으로 통하는 계단을 깜빡 잊고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건물 바깥에 종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는 식이다. 위험에 빠진 나무꾼 이야기도 있다. 한 나무꾼이 나무에 올라가 톱으로 가지를 자르는데 자신이 그 가지 위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결국 나무꾼은 떨어져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흔히 주변 사람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는데 자기만 옳다고 믿는다면 바보나 어리석다는 놀림을 받기 마련이다. 이럴 때 네덜란드인들은 '올빼미 새끼'라고 부르는데 바보 천치라는 욕이다. 부엉이는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낮에는 사물을 보지 못하고 힘도 쓰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편견이지만 말이다.

심상정 의원의 '진보 정치 반성' 발언과 진보정의당의 행보가 화제다. 심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진보 정치는 안보 불안 세력이란 국민적 불신을 샀다" "진보가 항상 옳은 것인가에 대해 회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우려와 문제 제기를 합리적인 비판으로 여기지 않고 나만 옳다는 독선과 오만에 빠져 있었다고 반성한 것이다.

현대차도 최근 자사 품질 경쟁력에 대해 우려할 만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내 소식지에 게재한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신차 초기 품질 조사에서 현대차는 18위로 지난해 11위에서 크게 하락했다. 심각한 것은 2009년 4위, 2010년 7위 등으로 매년 순위가 하락한 점이다. 포브스 선정 글로벌 2천 대 기업 중 89위에 오른 현대차의 이런 문제 제기는 위기 상황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진보정의당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자존심이 눈을 멀게 한다는 말이 있다. 진보정의당과 현대차가 자신이 걸터앉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어리석음에서 눈을 떴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실패를 이해하려면 먼저 실패를 경험해야 하듯 실패나 실수는 보다 현명해지는 지름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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