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난소암 장이순 씨

사업실패 남편 사라지자 닥치는대로 일하다 암 3기

장이순(42) 씨가 병실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장 씨는 병원비도 걱정이지만 집에 남아있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온종일 무겁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장이순(42) 씨가 병실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장 씨는 병원비도 걱정이지만 집에 남아있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온종일 무겁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먹기만 하면 바로 토해버리니 도저히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17일 대구 파티마병원의 한 병실. 장이순(42'여'경북 경산시 하양읍) 씨 옆에는 뚜껑도 열지 않은 점심이 놓여 있었다. 밥을 먹지 못하다 보니 장 씨의 팔과 다리는 앙상하게 말라 버렸다. 난소암 때문이다. 장 씨의 다리엔 붉은 반점들도 생겨났다. 대상포진. 장 씨는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 부족으로 또 다른 병까지 생겼다"며 한숨지었다.

◆평범한 주부에서 억척 엄마로

장 씨는 9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주택에 물탱크 설치'청소 사업을 하던 남편과 딸 둘, 아들 하나를 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남편의 사업도 어느 정도 돼 세 아이와 오순도순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잘나가던 남편의 사업이 점점 어려워지더니 결국 그만두게 됐고, 사업 실패 후 남편은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연락마저 끊겨 버렸다.

"막막했어요. 가정의 기둥이던 남편이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그저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제가 시어머니와 세 자식을 먹여 살려야 했는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했죠."

장 씨는 이런저런 일을 알아보다 한 자동차부품공장 부품 검사 파트에서 일하게 됐다. 장 씨는 그곳에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다. 잔업과 야근을 도맡아 했고, 몸이 아파도 참고 견디며 계속 일했다. 장 씨의 머릿속에는 그저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자식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일하면서 '아이들이 남에게 손 안 벌리고 살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자연스레 억척스러워졌죠. 비록 얼마 안 되는 돈을 벌었지만 자식들에게는 그래도 좋은 옷 입히고 좋은 것 먹이려고 노력했어요."

◆한 번도 아팠던 적 없었는데…

가족을 위해 억척스레 일하던 장 씨는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진 못했다. 2010년 빈혈로 한 번 쓰러진 것 외에는 아팠던 적이 없다 보니 장 씨는 자신의 건강을 자신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부터 다리가 붓기 시작했다. 몸의 피로감도 점점 심해졌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병원을 찾았고 '난소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난소에 난 암이 대장 부위까지 전이됐다고 하더군요. '나을 가능성이 없다'고 하셨죠.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올 1월부터 파티마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장 씨는 현재 4차 항암치료 중이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70㎏이던 몸무게가 45㎏까지 줄었다. 몸에 열이 나다 보니 조금만 추워도 몸이 덜덜 떨렸고, 이 때문에 매일 해열제, 진통제를 맞는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생긴 구토 때문에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영양제 주사도 늘 맞아야 한다. 머리는 이미 다 빠져 짧게 깎아버렸다.

장 씨는 머리에 쓴 두건을 가리키며 "같은 병실에 있던 분이 암을 완치하고 가시면서 준 선물"이라며 "그분이 '완쾌된 내 기운이 들어간 물건이니 곧 나을 것'이라며 응원해 줘 더욱 소중하다"고 했다.

장 씨는 현재 전이된 대장 부위에 대한 수술은 받은 상태다. 하지만 난소 부위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은 아직 하지 못했다. 난소에 대한 수술 여부는 이번 주 내 결정된다.

"살 가능성이 없다던 제가 여섯 달이 지난 지금, 똑바로 앉아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좋아졌어요. 아마 먼저 세상을 떠나신 시어머니께서 토끼 같은 손자, 손녀들 더 키우라고 하늘에서 제게 나을 수 있게 힘을 주신 것 같아요. 치료하면서 느낄 다른 고통도 시어머니께서 하늘에서 돌봐주신다면 잘 견뎌낼 수 있을 거예요."

◆빨리 나아 엄마 자리로 돌아가야죠

장 씨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집을 비운 지도 벌써 여섯 달째. 집안 살림은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큰딸이 도맡아 하고 있다. 큰딸은 평일에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주말에는 장 씨의 병실을 찾아 수발을 든다. 평일이라도 시간이 되면 잠깐 들러 장 씨를 돌본다. 장 씨는 자기 대신 아이들을 챙기는 큰딸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제가 아파서 돈을 못 번다는 걸 알고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더라고요. 벌어봤자 한 달에 20만~30만원 정도일 텐데 그걸로 동생들 용돈도 준다고 하니 대견스러우면서도 미안해요."

큰딸이 대학에 입학할 때 장 씨는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 450만원을 등록금으로 냈다. 당시도 암 치료 중이라 치료비가 절실한 상태였지만 자신의 병보다 딸의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 모은 돈을 기꺼이 등록금으로 내놓았다. 다행히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여서 학교에서 가계곤란 장학금을 지원해 준 덕에 등록금의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었다.

돌려받은 등록금으로 병원비 일부를 갚았지만 여전히 장 씨의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남아있다. 장 씨는 800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장 씨의 시댁과 친정도 장 씨를 도와줄 만큼 형편이 되지 않는다.

경산시청에서 "수술을 하면 긴급의료지원비를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최대 300만원 정도여서 병원비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장 씨 가족의 수입이라고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나오는 국가 보조금 65만원과 큰딸의 아르바이트 월급 등 90만원 안팎이다. 집세와 생활비로 쓰고 나면 장 씨의 치료비로 사용할 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큰딸이 가끔 아이들 이야기를 해 줘요. 초등학생인 늦둥이 막내가 '엄마 어디 있어? 언제 돌아와?'라며 절 찾는대요. 어서 나아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어요."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매일신문'대한적십자사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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