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인회계사 "잘나가던 시절 다 갔네"

힘들게 회계법인 취직해도 보상 적고 일 많아 파김치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3명 중 1명은 전통 업무인 회계감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영업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말해준다.

1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회계사는 모두 1만5천962명(수습 회계사 제외)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수준인 5천275명이 '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휴업 상태는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소속돼 기업 등에 대한 회계감사 업무를 하는 대신 일반 직장에 취직한 경우 등을 뜻한다. 이 중에는 일반 기업에서 회계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사들이 회계법인보다 다른 직장을 찾는 것은 고된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적고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휴업상태 회계사는 지난 2002년 말 1천538명에서 지난해 5천86명으로 23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회계사 수가 141%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훨씬 큰 상황이다.

이 같은 경향은 회계법인 내의 업무만족도가 높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회계사를 수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규모 회계법인 소속의 한 회계사는 "외부에 알려진 내용과 달리 업무수준과 강도에 비해 보상이 적은 편"이라며 "결산을 마치고 감사보고서를 준비하는 기간(12월∼3월)에 일이 몰려 있어 업무피로와 구조조정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구의 한 회계사는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소액의 대가만 받고 소기업에까지 회계자문과 상담을 해주는 회계사들이 많다. 회계사들도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좋은 시절은 갔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처우 때문에 회계사 응시자 수도 2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회계사 시험 1차 지원자 수는 지난 2009년 9천102명에서 2010년 1만1천956명, 2011년 1만2천889명으로 늘었다가 작년 1만1천498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1만634명에 그쳤다.

이와 함께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반기업에서 회계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회계사들의 활동반경이 대폭 넓어졌다. 특히 일부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회계사들의 경우 처우 면에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승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회계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회계사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고 처우도 괜찮다"며 "회계파트를 제외한 다양한 경험을 폭넓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일하는 공인회계사도 250여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회계사들의 활동영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4월 말 현재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수를 살펴보면 삼일(2천286명), 안진(1천145명), 삼정(1천132명), 한영(573명), 대주(277명), 삼덕(251명) 순으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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