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블랙아웃 올라, 절전 허리띠 졸라매라"

전력 소비가 많은 여름철을 맞아 절전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구 중구청 직원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청사 내 이용이 적은 엘리베이터 1기에 대해 운행 중단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전력 소비가 많은 여름철을 맞아 절전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구 중구청 직원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청사 내 이용이 적은 엘리베이터 1기에 대해 운행 중단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국민 경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는 '블랙아웃'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 모두가 절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상인들 "개문냉방 안 해요"

대구 동성로 상인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똘똘 뭉쳤다. 400여 개의 상점이 모여 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는 21일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여름철 에너지절약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동성로 상인들은 호객행위를 위해 개문냉방(開門冷房)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단속 공무원들과 에너지 사용제한 단속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그 결과 모두 17장의 에너지 단속 경고장이 동성로 상인들에게 발부됐다. 그랬던 상인들이 올여름에는 먼저 에너지 절약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김윤수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장은 "상점 출입문에 에어커튼이나 비닐커튼을 달면 에너지 절약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며 "문 닫고 영업하면 당장은 손해를 본다고 인식할 수 있지만 모든 상점이 동참해 블랙아웃에 대비하는 등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적극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가정은 '전기요금 다이어트'

30년차 주부 김혜현(52'여'대구 중구 남산동) 씨는 여름철 20만원 가까이 나온다는 '전기요금 폭탄'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김 씨 가족의 여름철 전기요금은 한 달에 5만~6만원. 꾸준히 '전기 다이어트'를 실시한 덕분이다. 김 씨의 '전기 다이어트' 비법은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대기전력을 잡는 것이다. 우선 김 씨는 '전기 흡혈귀'로 불리는 대기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방마다 '절전형 멀티탭'을 설치해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은 모두 스위치를 끄는 생활규칙을 만들었다. 가능하면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사용하고,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약'으로 맞추고 '회전'으로 맞춰둔 선풍기를 함께 사용해 집안 구석구석 냉기가 퍼지도록 했다. 밥은 먹을 만큼만 지어 전기밥솥을 '보온'으로 해 두는 일이 없게 했다. 집 앞마당에는 나무를 심어 지붕을 덮는 그늘을 만들어 집안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차단했다. 또 창문마다 블라인드를 설치해 방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최대한 막아 집안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김 씨는 "알게 모르게 버려지는 전기를 막고 집안의 열기를 낮추는 생활습관을 들이면 전기요금 폭탄도 피하고 전력도 절약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절전운동하면 장학금"

지역 대학들도 폭염'전력난에 대비해 갖가지 '절전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대구보건대는 17일 대학 본관 로비에서 학생 21명으로 구성된 '에너지 아낌이' 발대식을 가졌다. 교내 건물마다 배치되는 이들은 앞으로 강의실과 실습실 소등, 실내 온도관리와 점심시간 사무기기 전원 차단, 냉방기 순차 가동 점검 등 에너지 절약 홍보 활동을 펼친다. 에너지 아낌이들에게는 50만원의 장학금까지 주어진다.

경일대는 실외온도가 32℃ 이상일 때만 실내 냉방을 하고, 교직원들의 '집중휴가' 기간(7월 29일~8월 2일)에는 학교 내 일괄 소등 및 냉방 공급을 중지한다.

계명대는 교수'직원'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쿨-그린 계명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도서관, 강의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의 냉방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전력 피크시간대에는 전력 사용량을 제한해 탄력적으로 냉방기를 가동한다.

영진전문대는 아예 캠퍼스 내에 친환경 자체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대학 칠곡캠퍼스는 2개 건물에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여름철 냉방을 100% 해결하고 있다. 또 복현캠퍼스에는 풍력발전시스템과 태양광발전시스템으로 생산된 전력을 강의실 조명과 가로등 전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관계자는 "강의실 에어컨 28도 유지, 점심시간 소등과 사무기기 전원 제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절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관 '절전 캠페인 동참'

대구지역 단체들도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와 '그린스타트 대구네트워크'는 지난해 여름부터 가정의 '에너지 절약 상담사'를 맡고 있다. 이들 단체는 대구지역 8개 구'군에서 선정한 '녹색 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제품의 소비전력과 대기전력, 온실가스 배출량을 진단한 후 가정의 사용량에 맞는 에너지 절약방법이 담긴 처방전을 제시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489가구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처방전을 받았으며, 올해는 다음 달부터 각 구'군에서 선정하는 '녹색아파트시범사업' 대상에 대해 에너지 진단에 나선다. 대상 아파트 중 지난해와 비교해 전기 사용량이 많이 줄어든 아파트를 우수 아파트로 선정, '녹색아파트 실천 지원금'을 지급한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권영선 팀장은 "눈에 보이지 않던 낭비 전력이 에너지 진단을 통해 눈앞에 수치로 나타나자 귀찮아하던 시민들도 먼저 나서서 전기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며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낭비되는 전력만 막아도 대구가 그린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구'군청들은 에너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 사무실 온도 28도 이상 유지와 회의 때 에어컨 사용 최소화, 부서별 에너지 지킴이 지정 등 에너지 절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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