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낚시

손끝에 전해 오는 저항감…캠핑 준비단계부터 적극 동참

낚시에 다소 거부감이 있는 아내들을 제쳐 두고 남자 여섯이 뭉쳤다. TV 프로그램을 모방한 재미있는 캠핑을 꿈꾸며 오전 6시에 대구를 출발했다. 여섯 남자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으로 어린아이처럼 들떴다.

안개가 걱정됐으나 낚시 포인트에 도착하니 날이 개기 시작했다. '낚시 가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고, 어부보다 더 날씨에 민감한 사람이 낚시꾼'이라더니. 딱 우리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졌다. 가는 동안 줄곧 날씨가 고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른 아침, 우리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경남 산청 경호강의 이름난 루어 포인트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루어대를 빼 들었다. 루어낚시는 조용한 낚시터에서 사색을 즐기는 기다림의 찌낚시와는 달리 물고기를 찾아 무르팍까지 차오르는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며, 낚싯대를 휘둘러 가짜 미끼로 녀석들을 유혹해 잡아낸다. 흡사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트레킹과 같으며 익스트림 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흐르는 강물 속 바윗돌이 산재해 있는 곳이 오늘의 대상어인 꺽지 포인트이다. 여울의 소나 돌 더미 근처도 좋은 포인트이다. 녀석들이 숨을 만한 바위틈 사이로 루어를 던져 살살 끌어가며 유혹을 한다. 바위틈을 지나는 미끼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녀석들과의 한판 승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차례 릴링 끝에 마침내 느낌이 왔다.

낚싯대를 곧추세우고 손끝에 파르르 전해 오는 저항감을 맛본다. 그 순간 강력한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마비시킨다. 이 맛에 낚시를 하나 보다. 그 옛날 수렵과 채집의 본능은 인간의 생존 그 자체이므로 그 피를 이어받아 그 욕망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두어 시간 지나 낚싯대를 걷었다. 씨알 좋은 놈 몇 마리 놔두고, 나머지는 모두 방생해 훗날을 도모한다. 그러고는 시골마을 정자를 차지해 라면을 끓여 양껏 배를 채우고,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 이때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차에 태양광 발전으로 가동되는 소형 냉동고가 있어 여름철 부식 보관은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빙과류 또한 거뜬히 보관할 수 있다. 무척 유용하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금전적인 문제, 그리고 캠핑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늘은 냉동고에 매운탕거리를 안전하게 보관한다. 여느 때처럼 현지 시골 부식 가게에 들러 장을 보고 서둘러 차를 돌려 함양과 거창 사이쯤 깊은 산중으로 잠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아늑한 우리의 보금자리에 독수리 날개 펴듯 먼저 루프탑 텐트를 펼치고 쏠캠용 A형 두 동으로 여섯 남자의 잠자리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만들어진다. 가져간 살림살이들이 모두 세팅되고 남자들의 수다와 식사 준비로 한바탕 시끄럽다.

남자들만의 캠핑은 서로 눈치껏 돕다 보니 손이 남아돈다. 책임질 가족이 따르지 않아서인지 홀가분하고 한층 여유롭다. 멋스럽게 한 상 가득 차려, 흐르는 냇물 소리와 함께 밤늦도록 술과 함께 못다 한 이야기들로 밤을 새운다.

캠핑의 즐거움은 준비 단계부터다. 아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캠핑 계획을 짜고 준비하며, 식단표를 만들어 식재료 구입과 요리까지 참여시킨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아울러 캠핑장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준비는 필수다.

이번 주말 행복한 캠핑 되시길.

박규열(네이버카페 '대출대도'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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